부족함이 당연한 거고, 편리함은 큰 선물 같다
건기로 접어든 이곳의 날씨는 뜨겁다. 가끔 짧게 쏟아지는 비가 참 고맙다. 교육생들의 시험 접수가 끝나고 두 달 뒤엔 한국어 능력 시험이 시작이다. 내가 맡은 학생들의 첫 시험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듣기 문제를 연습하려고 빔프로젝트의 볼륨을 최고로 높여도 소리 자체가 작다. 준비해 둔 듣기 음성 파일이 무용지물이었다. 전자상가에 들러 마땅한 스피커를 찾아보았다. 부피가 너무 크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상품 구성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메이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의 다이소 같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만물상점이다.
내가 찾던 스피커를 발견했다. 사이즈가 자그마하니 안성맞춤이었다. 종종 불량품이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점원에게 테스트까지 부탁했다. 작동이 잘 된다는 사인을 받고 7불을 지불했다. 동티는 전력이 부족한 나라라서 전력이 자주 끊기고 약하다.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다. 행여 교실에서 노트북에 연결했을 때 작동이 안 되면 어쩌지? 근심과는 달리 스피커의 성능은 꽤 괜찮았다.
교실 안 가득히 울려 퍼지는 소리에 학생들도 기뻐했다. 나 또한 묵은 체증 내려가듯 속이 후련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듣기 훈련을 전혀 못 했었다. 심봉사 눈 뜨듯 귀가 뻥 뚫리는 체험을 만끽했다. 한국의 교실들은 최신설비가 다 갖춰져서 불편함을 전혀 모른다. 당연하다고 여길 뿐이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부족함이 당연한 거고, 편리함은 큰 선물 같다. 7달러의 스피커에도 학생들은 웃고 엄지 척해 보인다.
풍족함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나는 이곳에서 또 하나 배운다. 땡큐 7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