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만들고부터 시작되었다. 카카오스토리(카스)의 비밀계정에는 답답하고 힘든, 그렇지만 말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 글로 담기기 시작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카스는 나의 현대판 대나무 숲속이었다. 조금이라도 덜어 내고나면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날 밤 찬장을 열어 하얀 봉투에 쌓인 돈뭉치를 보았다.
돈다발 - 2016년.9월.10일 카카오스토리에서 -
꽃다발을 보았는가
스치며 나는 건 향기 아닌 향기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것하고 싶은
이 향기 나는 꽃다발을 보았는가.
이 향기에 가족도 자식도 나도내려놓았다
효도 핏줄도 자존심도 버렸다
고민 없이 취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이 향기에 고민하는 것인가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것인 척 훔치고 싶은
그 자리에 계속 두고도 싶은
나를 흔들어 대는 저 돈다발을 보았는가
스치며 나는 건 꽃향기일까 똥냄새일까
시어머니가 집에 오시고 그날 밤 긴 폭풍이 몰아친 뒤 다음날 은행에서 돈뭉치를 뽑아오셨다. 난생 처음 만져본 오만원권의 빽빽한 돈뭉치에는 비릿한 돈 냄새가 폴폴났다. 향기롭게도 느껴지고 역겹게도 느껴졌다. 자존심을 내버리고 밤새 토해낸 설움이 ‘저도 형님네처럼 돈 주세요~’라고만 치부될 것 같아 역겹게 느껴졌다. 엎드려 절 받기로 받은 셈이니 내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돈뭉치는 죄가 없다. 그걸 취하고도 싶었다. 돈..얼마나 좋은가..
하얀 새마을금고 봉투 돈뭉치.. 관심 없는 척 찬장에 무심히 던져놓고는 몇 날 며칠을 열어보았다. 어머님께 받은 그날 ‘돈다발’이라는 제목의 첫 글이자 첫 시를 쓰게 되었다. 지금 봐서는 너무 웃음이 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에는 뭔가 수치스러웠고 답답한 마음에 나만의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외쳤다. 그리고 나는 이미 결론이 나있었다. 돈뭉치를 향기로 표현하고 써내려가고 있었다.
글을 쓰다보면 솔직해진다. 뿌얫던 회색 빛에 오색빛 무지개가 뜨듯 흐릿한 내속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되고 선명히 올라온다. 또 위로가 되었다. 비밀을 쏟아 붓고 나면 글은 어떤 친한 짝꿍보다, 내 남편보다도 잘 들어주었다. 신나게 쓰고 나면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어머님은 그렇게 약속했던 3개월을 꽉 채우시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지금 지나고 생각해보니 3개월치 생활비를 주신 것 같다. 아니면 위로금 같은 거 였을까..어떤 마음으로 시어머니와 3개월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열심히 매끼 식사를 차려 드렸다. 찬장에 있는 돈뭉치 때문이 아니고, 어머님께 큰소리치고 불효한 죄책감도 아니었고, 그냥 예쁜 며느리이고 싶었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을 뿐, 나도 잘하는 며느리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가끔 마음속에 미움 둥이와 섭섭 둥이라는 불청객이 불쑥 찾아오면 쌀을 박박 씻고 손을 꾹꾹 눌러가며 저녁밥을 지었다. 항상 올리던 흰쌀밥과 반찬은 정갈했다. 엉망진창인 내 속도 그렇게 되기를.. 온 정성들여 밥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도 대나무 숲에 들어갔다. 나만의 대나무 숲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