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다름을 이해할 때, 사랑은 더 깊어진다
2. 나는 아직도 다름을 배우는 중이다
남자친구와 여행은, 이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시작점이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온 1박 2일 일정으로, 친한 언니가 초대한 음악 페스티벌이 그 목적이었다. 나는 그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오해도 겪었고, 결국에는 감동과 함께 ‘우리 사이의 다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조용하고 단정한 공간을 선호한다. 시끄러운 분위기나 사람들이 많은 환경은 그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요소다. 나는 그와 반대로, 음악과 사람, 그리고 약간의 술이 있는 자리를 완전히 피하진 않는다. 자주 즐기지는 않지만, 분위기에 따라 한 번쯤은 제대로 놀고 싶다는 생각도 있는 편이다.
그날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남자친구의 성향을 고려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적당한 균형점을 찾고자 애썼다. 그가 피로를 덜 느낄 수 있도록 동선을 조율하고, 이동 계획과 분위기까지 신중하게 계획했다. 나름대로의 배려였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조화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출발 전날, 나는 예상보다 깊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여러 차례 그에게 여행 시간과 동선에 대해 물었지만, 회사일로 지친 그는 구체적인 답변 없이 잠이 들었다. 결국 시간도 확정하지 못한 채 혼자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 상황은 나에겐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그의 피곤함을 이해하면서도, “혹시 나만 설레고 기대했던 건 아닐까”, “나 혼자만 애쓰는 건가” 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올라왔다. 억울함, 서운함, 그리고 고립감 같은 감정들이 엉켜 있었다.
결국 나는 다음 날 아침, 조심스럽게 긴 메시지를 보냈다. 억울하거나 분노하고 싶지 않았고, 단지 이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바람이 있었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감정적인 문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진심이 분명히 전달되기를 바랐다.
다행히 남자친구는 그 메시지를 읽고 나의 감정에 공감했다. 그리고 성의 있는 태도로 사과했고, 나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줬다.
그가 덧붙인 말 중에 인상 깊었던 한 마디가 있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일어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일찍 일어났어.”
그 한 줄에서 나는 그의 다정함을 읽었다. 표현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있는 진심은 분명했다.
그날 이후 여행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계획했던 일정도 잘 맞아떨어졌고, 우리는 사진도 찍고, 새로운 공간에서의 추억도 쌓았다. 하지만 이 여행은 정섭이에게 즐겁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구간을 운전했고, 이동량도 많았으며, 페스티벌이라는 특성상 시끄럽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장소에서 하루를 보냈다. 나중에 그는 “기가 좀 빨리는 분위기였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내 곁에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하려 애썼다. 나는 그것이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행이 끝난 후 나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카톡을 보냈고, 그 역시 다정한 말투로 “다음 여행도 함께하자”는 답장을 보냈다. 마지막에 담긴 “사랑해요”라는 말은 평소에도 주고받는 말이었지만, 그날의 문맥 속에서는 이상할 만큼 따뜻하고 만족스러웠다.
남자친구가 내 걱정과 눈치를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불안함을 덜어주려는 진심이 그 말 속에 담겨 있었다고 느껴졌다. 표현은 적지만 마음은 깊은 사람.
그가 늘 내 손을 잡아주고, 내가 기대는 자리를 조용히 채워준다는 사실을 나는 자꾸 잊는다. 그의 무표정함과 말없는 태도는 때때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만, 그 역시 다정함의 방식일 수 있다는 걸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말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행동으로 진심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나는 반대로 말로 확인받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반응이 때로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은, 단지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다름도, 관계 안에서는 다시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익숙하다고 생각한 방식조차도, 상황과 감정의 결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그걸 자꾸 다시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관계는 그런 반복의 과정 속에 존재한다.
서로를 알아가고, 다시 이해하고, 또 그 이해를 갱신해가는 일.
나는 지금도 여전히,
조용한 그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