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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콩밥

by 하와이 앤

행복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경험해야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오랫동안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먹고살기 바빴고, 먹고살기 힘에 겨워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다. 그러다 보니 '행복'이라는 단어는 나와 거리가 멀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행복을 이야기하고, 어디서나 행복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무엇을 경험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여전히 잘 몰랐다. 그렇게 하루하루 의미 없이 흘러갔다.


30대 중후반, 내 삶에 큰 변화들이 찾아왔다. 시험 준비에, 결혼에, 딸아이 출산, 시험합격까지. 그런데 정작 그 시절에도 나는 행복을 알지 못했다.


딸을 낳기 전부터 나는 이미 시험준비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딸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귀엽고 예쁘다고 이야기를 해도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도 이쁜 딸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딸아이 어릴 적 사진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 아름답고 행복한 그 시간을 그냥 지나쳤다는 사실을.


딸이 그토록 귀엽고 예뻤는데도 내가 그 소중한 순간을 모르고 지냈다는 것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때는 시험 합격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 시험에만 합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그간의 고생도 보상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오로지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시험공부로 인해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난 그냥 흘러 보낸 것이다.


내가 7번 시험을 봤는지 8번 시험을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드디어 합격했다. 그렇게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지만, 합격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합격만 하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편안한 삶을 살 거라고 믿었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인생을 모르고 망상 속에서 살았던 것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산 하나 넘었더니 다시 산이 있더라고. 맞았다. 산을 하나 넘으니 또 다른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면 동화 속 결말처럼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그냥 살았다. 그렇게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행복을 놓치며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보던 중 인생을 콩밥에 비유하며, 콩이 행복이고 밥알이 불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내용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인생은 고통과 불행이 기본이기에, 행복은 매일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고된 삶 속에서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콩이 행복인 줄 모르고 애써 외면하고 밥만 먹으려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삶은 왜 이렇게 힘든지 고민하며 살아왔다. 나의 고통과 고민에만 집중해 삶을 살아가니, 나에게 행복이 찾아와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에게 행복은 늘 곁에 있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인생은 어렵다, 하지만 그 속에 행복도 함께 있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지금 내가 걸어온 삶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 앞에 놓인 삶 그 자체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 나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가벼워지고 편안해짐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받아들이고, 즐겁고 기뻐하는 삶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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