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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자씨 Mar 05. 2021

02. 엄마, 나 임신했어

내가 엄마라니


어라 이번에도 두줄이네?






일하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아 전화를 했었나?

어쨌든 남자 친구도 당황한 듯했지만 지난달의 전적이 있으니 크게 믿지는 않았던 것 같았고 우선 병원을 가보고 결과에 대해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면 분명 실망할 테니까 


회사에는 몸이 안 좋다는 말로 병원에 들렸다가 가겠다고 하고, 지난달에 갔던 병원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꽤 걸어야 했던 병원까지 얼떨떨하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 진짜 임신이면? 이란 생각과 동시에 아니겠지 잘 못 나왔을 거야 라며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러면서도 배속에 아기가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랫배에 손을 얹히며 찬찬히 걸었다. 기대를 하면서도 기대를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생각하면서도 행여나 임신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며.


지난달에 본 선생님과 또 마주하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선생님 저 또 왔어요" 하고.


이번엔 임테기가 바로 두줄이 되었다고 두 번을 했는데 두 번 다 두줄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이른 시기라 초음파로는 확인이 어려우니 피검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지난달에도 그랬기 때문에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난달에는 시기가 일러서 수치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기가 이른데 피검사로 결과가 안 나오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이번엔 결과가 확실히 나올 거라고 하셨다.

지난달에 그렇게 말한 건 아니라고 단호박으로 말했을 때 실망할 날 위해 그렇게 말해준 건지 아니면 정말 결과를 알 수 없어서 그런 거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지난번엔 임신이 아니었던 거였다. 


병원 내에 피검사는 30분이 지나면 곧바로 결과가 나온다 그랬고 그 30분을 앉아 있는 동안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초조한 건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인 건지 계속 문자가 왔다. 


그리고 결과가 나와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축하한다고 임신이라 말하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벅찬 느낌이랄까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눈물이 펑펑 쏟아지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축하 합니다 임신입니다 소리를 정말 듣다니.

아- 나 임신했구나.

내 뱃속에 진짜 애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 일찍 알아 4주밖에 안되었고(나중에 애기가 보이고 크기를 확인했을 땐 그때가 3주였었다. ) 2주 뒤에 보자는 선생님의 말을 뒤로한 채 나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눈물을 퐁퐁 흘리며


"나 임신 맞대"






할머니 손에서 자란 나는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늘 무관심해 보였던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고 매번 어떤 일에 대한 의견들이 부딪히기 일쑤였다. 대화가 어려웠다. 그러다 내가 27살이 된 이후 엄마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결혼을 결심하고 난 뒤에는 훨씬 더 많이 엄마를 이해하려고 했다. 엄마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도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가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었는데 어쩌면 엄마는 그냥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서로에게 어떤 계기로 인해 이해하게 되었고 표현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좋은 방향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래도 나에게 첫 번째는 나를 키워준 할머니였는데, 할머니의 존재는 나에게 부모와 다름없었다. 

어떤 일이던 할머니에게 먼저 알리던 내가 임신소식을 알던 그날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그냥 엄마가 먼저 떠올랐다. 


출근을 위해 택시를 타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전화를 받을 시간이 아니긴 했지만 왠지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싶었고, 엄마는 아침부터 전화할 일 없는 딸에게(평소에도 전화를 잘 안 하는 딸이) 무슨 일인가 싶어 조금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던 내 목소리도 한몫했겠지.


"엄마 나 임신했어"







임신이 어렵게 안되다가 임신이 된 것도 아니었고 결혼 전이었으며 임신이 빨리 되면 좋겠다 하고 막연히 생각만 했던 것 같은데 왜인지 눈물이 그렇게 펑펑 났다. 몇 번이고 보았던 임테기의 한 줄 때문이었을까-


기쁨과 얼떨떨한 기분이 교차했다 

아 정말 임신을 한 건가? 하면서.


원래라면 초음파로 확인을 할 수 있고 심장소리를 듣고 난 뒤에 주변에 알려야 한다지만, 우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예정이었던 결혼 날짜를 배가 부르기 전에 당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화로 소식을 들은 남자 친구는 곧바로 부모님께 알렸고, 조금 당황스러워하시면서 축하한다던 어머님의 문자를 받았다. 그날 예비 시댁으로 방문하니 아버님, 어머님이 꽃다발을 준비해두셨고 난 또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주변에서 알려주지도 않은 임신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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