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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Feb 23. 2024

슬기로운 귀촌

4도 3촌을 준비하며...

은퇴를 하면 가장 먼저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 은퇴 몇 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은퇴 후 살고 싶은 몇몇 지역의 전원주택과 시골주택의 매물 등을 살펴보곤 하였다.     


그리고 실제 은퇴가 가까이 오자 단순히 전원생활을 할 것인지, 귀농을 할 것인지, 귀촌을 할 것인지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이프와 함께 이런 주제로 여러 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와이프는 도시를 떠나 사는 걸 원치 않는다 했다. 병원에 가기 어렵고, 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취미생활도 못하고,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자주 볼 수도 없고, 편의시설 등이 부족한 시골생활이 여러 가지로 불편할뿐더러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취미, 교육, 문화생활이나 각종 편의시설 이용 등의 편익을 포기하고 시골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따져보니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다른 결론이 4도 3촌이다. 일주일 중 4일은 도시에서 취미, 교육, 문화생활 등을 즐기고, 3일은 시골에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시골 정취도 느끼며 사는 것이다. 마침 살고 있는 세종이 농촌마을 들과 멀지 않아 그중 한 곳에 세컨드하우스 등을 마련하면 가능할 듯싶었다.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고 4도 3촌도 귀촌이기에 농촌생활을 위해서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먼저 시골집을 구입하여 취향에 맞게 꾸미고 관리하기 위한 것들과 시골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방법 등을 배우기로 했다.      


첫 번째로 우선 세컨드하우스 수리 및 관리를 위해 수도, 욕실, 주방, 타일 및 목공 등을 종합적으로 배우는 집수리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전기, 조경 자격증도 취득했다.     


시골생활의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주택관리이다. 특히, 나처럼 아궁이와 툇마루가 있는 농촌구옥을 원하는 사람은 스스로 집수리 등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살 수 있기에 우선순위가 되었다.     


두 번째는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귀농귀촌 온라인교육을 120시간 넘게 받고, 귀촌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구성원 간 정보교환 및 귀농귀촌을 한 여러 농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교육 및 방문지에서 시골마을에 잘 정착하기 위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귀농이나 귀촌을 했을 때 작물재배의 품목 또는 방법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 등도 들었다.     


그렇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런저런 준비를 하였지만 아직 세컨드하우스 구입 등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내 버킷리스트 우선순위에 놓여있는 여행, 배움 등 하고 싶거나 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게 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까지 집수리 및 관리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또 살게 되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 하기에 다른 것을 할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다.      


선배 중 한 사람이 직장생활 중 꿈이었던 전원주택을 지었는데 편안한 휴식만을 생각했었는데 주말이면 그곳에 가서 청소, 잡초 뽑기 등 노역을 하며 몇 년 동안 하고 싶은 다른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냈다는 이야기도 많은 참고가 되었다.     


아울러 경치 등이 좋다고 무턱대고 세컨드하우스를 살수도 임대를 할 수도 없다. 교육 및 농가 등 방문 시 집부터 짓고 시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도시로 돌아간 이야기도, 시골집을 10년 임차해서 많은 돈을 들어 수리를 했더니 그다음 해에 나가라고 해서 낭패를 본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나는 귀촌을 한다고 해서 자연인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마을 안에 농가 등을 구입해서 꾸미며 사람들과 정겹게 어울려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다. 내가 배운 집수리 기술 등도 마을에서 사람들을 돕는 데 활용하고 싶다.      


아무리 4도 3촌이라지만 현실적으로 시골에 정착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인사 잘하고,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이웃과 서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 마음을 가져본다.


사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온 마을의 여러 가지 시설과 문화 그리고 편익을 누리기만 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외지 사람이 반가울 리가 없고 오히려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는 위험요소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기에 준비 중인 4도 3촌 생활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당분간은 마음에 드는 지역 등에서 한 달 살기, 10일 살기 등을 통해 내게 농촌생활이 적합한지, 생각한 것과 얼마니 다른지 등을 경험해 보려 한다.     


그리고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더라도 가능하면 일단 임차를 해서 살아보고 그 지역이나 마을이 내가 정착을 할 만한 곳인가 알아보려 한다. 너무 이것저것 따진다는 생각도 들지만 젊은 시절이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다시 시작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은퇴 후에는 그럴 수 없기에 심사숙고 하려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내가 귀촌을 통해 얻으려는 것,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는 곳 등 이런저런 조건이 충족하면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게 슬기로운 일이 아닌가 싶다.  




은퇴자들 중 본인만의 아지트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비슷한 이유이겠지만 내가 시골집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을 느끼며 나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운 집수리 기술 등을 활용해 내 취향에 맞는 시골집을 꾸미고 이웃에 재능기부를 하고 그간 배운 어설픈 요리 등으로 인정을 나누며 지내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혼자 힐링하는 나만의 아지트가 아닌 우리 가족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어릴 적 농촌에 연고가 있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기에 나의 가족에겐 시골살이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다. 그래서 세컨드하우스를 나의 가족 모두 늘 가고 싶은 곳, 몸과 맘이 쉬는 곳,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곳이 되는 우리의 아지트로 꾸며 4도 3촌을 완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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