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테니스에 대한 소견
작년 한 해는 내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2월 서귀포 혼복 대회를 시작으로 7번의 전국 대회에 출전을 했다. 챌린저 2번, 마스터스 1번, 베테랑 2번, 혼복 2번 총 7번 중 챌린저 우승, 혼복 및 베테랑 각 1번 입상을 했다. 거기에다 세종시 대표로 참가했던 대한 체육회장 배와 대통령 배에서 각각 은메달, 동메달도 획득했다.
무엇보다 60세에 '전국 대회 우승'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유쾌한 도전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게 잊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처녀 출전했던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혼합복식 대회에서 3위를 하고, 베테랑들만 참가하는 대회에서도 두 번째 출전만에 3위를 한 것도 오래 기억될 만한 일이다.
동호인 테니스대회는 한 겨울만 빼고 수시로 개최된다. 젊은 테니스 마니아들처럼 시합에 자주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집중력을 발휘해 그동안 준비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평소 체력 훈련, 이론 공부 및 실전 같은 연습 등을 열심히 해서 준비는 해 왔지만 시합이라는 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동안 나이 등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몇 차례 시합을 준비하고 참가하면서 주어진 역량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이기는 게임에 대해 심도 있는 관찰과 연구를 해 보았다. 누군가에게 조언할 실력은 안되지만 내 나름대로 분석해 본 파트너십과 개인의 게임 능력에 대한 생각을 짧게 공유해 보려 한다.
먼저 파트너십과 관련, 시합을 직관하거나 직접 경기에 참여해 경험해 보니 이기는 팀은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이 있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복식이라는 경기의 특성상 협력 플레이, 즉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역량을 잘 활용해 수비와 공격을 잘 분담해서 하는 팀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기본인 후위에서 수비나 어시스트를 해주고 전위에서 득점을 하는 시스템인데, 반대로 많은 팀들이 후위에서 욕심을 내 득점을 하려다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을 시키거나, 상대 발리어에게 실점을 하게 되고, 반대로 전위에서 적극적 플레이를 못하고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등 상대에게 오히려 기회를 주어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전략적인 부분의 출발과 끝은 결국 전위와 후위의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에 있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공을 잘 친다는 선수들이 성적을 못 내는 이유는 혼자만 잘 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파트너 활용한 플레이에 약하고 지나치게 본인 위주로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협력 플레이에서 내가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코치나 가까운 곳에 있는 고수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무엇보다 나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찍어 분석을 해보면 보완해야 할 점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개인의 게임 능력과 관련한 중요도 비율은 첫 번째 체력이 50%, 두 번째 포지션이 30%, 세 번째 기술이 20%가 아닌가 싶다. 포지션과 기술은 상급자와 초급자 등 레벨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체력은 불변의 진리로 5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대부분 동호인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레슨 등으로 기술적인 면만 발전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정 수준에 있는 동호인들이 시합에 참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즉, 발이 빠르고 지구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발이 안되면 그 기술을 구사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이 좀 부족해서 발이 빠르면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내가 경기에서 만난 어려운 상대는 기술이나 파워가 좋은 선수보다 발이 빠르고 자리를 잘 잡는 선수였다. 기술이나 파워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멋져 보이기는 하나 실수가 많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빠른 발로 어떤 볼도 다 받아내고 거기에다 신속하게 볼이 갈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아 득점을 하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해 실수를 유발하는 선수는 실속이 있고 상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중급 이상의 동호인들이 시합에서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50%의 영역인 체력에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 평소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 등을 체계적으로 하고 다음으로 포지션에 대한 이론 및 실전 공부하고 여력이 되면 동시에 기술적인 면을 보완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