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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로 걷기 Mar 06. 2024

해외에서 테니스 즐기기

색다른 재미

매번 지역 클럽에서 멤버들과 하는 테니스도 즐겁지만 때때로 다른 지역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테니스를 하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 외국 사람들과 하게 되는 테니스는 더욱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다.     


테니스를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던 90년대 중반 말레이시아로 2년간 파견근무를 갔었다. 내가 먼저 도착해 2년 동안 살 숙소를 구하고 가족들이 후에 합류를 하기로 해 여러 숙소를 살펴보았다.     


몇 군데를 보았는데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콘도미니엄식으로 된 아파트 단지인데 단지 내에 테니스장 3면, 수영장 2개, 헬스장 등 체육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었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었으나 체육시설, 특히 테니스장이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계약을 했고 2년 동안 테니스를 실컷 즐기며 생활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인건비가 비교적 낮아 필리핀에서 온 국가대표 출신 코치로부터 수준 높은 테니스를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단지 내 주민들이 함께하는 클럽에도 가입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곳에서 집사람과 4살이던 아들에게도 처음으로 테니스를 가르쳤고 그때를 계기로 지금은 가족 모두가 즐기는 취미생활이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들과 테니스를 즐겼던 좋은 경험이 있어 이후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일주일 이상 해외출장 등을 갈 때마다 혹시 모르는 기회를 위해 테니스 라켓과 신발을 꼭 넣어서 출장 가방을 싸곤 하였다.


몇 가지 기억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십여 년 전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출장을 갔었다. 10여 일 정도 일정이라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이곳저곳 호텔 예약 사이트를 살펴보다 테니스코트가 있는 호텔을 발견하였다.      


도시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긴 했어도 테니스장이 있다는 사실과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여행 가방에 테니스 라켓과 신발을 챙겨 넣었다.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차를 타러 가는 길에 처음 공항 바깥으로 나와서야 그곳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도착한 날은 영하 40도에 가까운 날씨였다.     


12월 중순이었는데 밖에서 커피 등을 흘리면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호텔에 물어보니 12월에서 2월까지는 영하 20도 아래 날씨가 지속되어 테니스장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 이것저것 꼼꼼히 잘 챙기는 성격인데 테니스에 눈이 어두워 가장 중요한 날씨도 고려하지 않고 테니스 라켓을 챙겨 넣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호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2006년쯤에 호주에 한 달여 출장을 가게 되었다. 여러 도시를 이동하나 장기 출장인지라 어김없이 테니스 라켓과 신발을 여행 가방에 챙겼다.      


그러나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일정에 있는 주요 도시에서 숙소 근처에 테니스장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거나, 어렵게 찾아낸 테니스장도 회원제라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던 중 4일간 머물기로 예정된 캔버라에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둘째 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 주변을 살피다 숙소 3분 정도 거리에 테니스코트를 발견하였다.      


오후 5시쯤 되었는데 몇몇 코트에서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룹레슨을 하고 있었다. 모든 코트가 사용 중이고 사람들도 많아 한참 구경만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다음 날 공식일정을 3시 정도 마쳐서 산책 겸 다시 테니스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 시간에 코트에 아무도 없고 나이가 좀 있는 분이 혼자 벽치기를 하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코트 밖에서 출장 온 한국인인데 함께 난타라도 좀 칠 수 있냐고 얘기를 건넸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원래 회원제라 안되는데 코트가 비어있으니 라켓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 길로 호텔로 뛰어가 복장을 갖춰 입고 다시 테니스코트로 뛰어왔다. 코트에서 서로 소개를 하는데 본인이 클럽의 회장이라고 하며 사람들이 오면 나를 자기가 초대한 게스트라고 하라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한 10분 정도 난타를 치는데 게임을 한번 하자고 했다. 좋다고 하고 게임을 했는데 20분도 지나지 않아 6:0으로 내가 이겼다. 다시 한게임을 하자고 했는데 결과는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 10분 정도 후에 좀 젊은 사람이 코트에 나타났다. 소개를 하는데 클럽의 상위 랭커라며 같이 한게임을 해보라 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과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파워가 대단했다. 그래도 게임운영을 잘해 승리를 했다. 게임이 끝나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방금 게임을 했던 사람이 한국으로 언제 가냐며 내일 시간이 되면 다시 올 수 있냐고 했다.      


다음날 음료수와 과일 등을 사가지고 다시 테니스코트로 갔다. 그리고 전날 게임을 했던 사람과 한 게임을 하고 내가 다시 승리를 하자 다시 또 한 사람을 소개했다.      


지역대회에서 우승도 한 클럽의 에이스라고 했다.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지만 아무튼 이틀에 걸쳐 캔버라에서 테니스로 잊지 못할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12년 전 유럽 출장을 갔다. 2주 일정인데 그때는 여러 나라를 다녀야 해 테니스 라켓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런데 파리에서 일정이 3일이었는데 첫째 날 파리에 있는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으며 테니스 이야기가 나왔고 본인 사무실에 테니스 마니아가 한 사람 있는데 다음날 오후 일정이 끝나면 같이 테니스를 한번 해 보겠냐고 제안을 했다.     


아마 도착하기 전 사무실에서 내가 테니스를 꽤 잘 친다고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 동료가 한국 동호인 테니스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해 함께 게임을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평소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앙투카 테니스코트에서 테니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여서 감사히 제안을 수락했고 다음날 공식일정 후에 테니스장에서 지인의 동료를 만났다.     


테니스코트는 회원제로 운영되어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는데 멋진 클럽 하우스와 골프장, 수영장 그리고 실내외 수십 개의 앙투카코트가 있었다.      


지인의 동료가 본인의 여분 라켓과 신발을 가져왔는데 신발도 크고 라켓도 내가 쓰는 것과 스타일이 많이  달라 게임 내내 먹었다. 3게임을 한 결과 1:2로 패했지만 파리의 앙투카코트에서 국제친선경기를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은 오래도록 남을 추억이 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앙투카 코트에서..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테니스와 관련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은퇴를 했지만 그저 추억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갈 예정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해외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실행할 예정인데 가능하면 숙소나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는 곳을 선택해 와이프와 함께 현지인들과 테니스를 즐겨보려고 한다.    


60이 넘은 나이지만 또 다른 나라에서 30대 때 말레이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 다시 한번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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