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함께 나누기
2000년 초쯤 직장 내 테니스 동호회의 총무를 맡게 되었다. 당시 과천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테니스코트 등 테니스를 즐기기 위한 시설 등은 잘 갖춰져 있었으나 회원들은 30여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여성 회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회원 수를 늘리고 테니스 동호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실행을 했다. 제일 먼저 선수 출신 테니스 코치를 초빙하였다. 직장소속으로 일하며 아침, 저녁에 직원들 레슨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직장 내 게시판에 테니스 레슨 희망자를 모집하고 아침, 저녁에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초보자 모임, 이벤트 게임 등을 준비해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춘·추계 대회 등에는 많은 상품과 경품을 준비해 개최를 하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총무직을 그만둘 즈음에는 회원 수가 90명이 넘어서고 그중 여성 회원도 15명 정도나 되었다. 직원 워크숍 퀴즈 문제 중 ‘회원이 가장 많은 동호회는?’ 정답이 테니스 동호회가 될 정도였다.
나를 도와주었던 헌신적인 여자 총무 그리고 성실한 코치 등의 노력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테니스를 접하게 되고 그중 많은 수가 2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코트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15년 전쯤 모 대학에서 평생학습의 일환으로 한 학기 동안 테니스 아카데미 강좌가 있었다. 4개월 동안 주말에 한 번씩 3시간 정도씩 수업을 했었는데 전직 국가대표 감독 및 선수들이 꼼꼼하게 이론과 실기를 가르쳐 주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때 배웠던 테니스 관련 지식과 기술, 포지션 등을 메모하고 정리해 나만의 테니스 교재를 만들어서 지금도 가끔씩 슬럼프에 빠지거나 기술적 문제 등이 생기면 참고를 하고 교정을 하곤 한다.
아무튼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제법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고급 레슨을 받은지라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직장에서 테니스 회원들 중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자 테니스교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레슨을 해주며 내가 배운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레슨이 마무리될 때쯤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을 좀 색다르게 운영하고자 1박 2일로 테니스 훈련 겸 여행을 떠나기로 아이디어를 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지도자들을 두 명 정도씩 초대를 해서 기술적인 지도도 받고 원 포인트 레슨도 받는 등 실력 향상을 하고 멤버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시간들을 가졌다.
그렇게 매년 1회 이상씩 마석, 양구, 춘천, 청평, 평창, 김천, 완주 등 10여 차례 이상 1박 2일로 테니스 여행을 떠났고 한 번 이상 여행에 참여해 추억을 함께 했던 직원들이 25명이 넘는다.
테니스 여행인 만큼 매번 재미있는 진행을 위해 개인단식경기, 복식경기 및 팀을 나누어 단체전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개인당 10게임 이상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지도자까지 포함해서 경기를 진행하였는데 단식은 각 선수의 수준에 맞춰 핸디를 부여(예: 지도자와 경기 시 30:0에서 시작) 하고, 복식은 수준을 맞춰 팀 평균을 맞추고, 단체전은 선수를 고르게 분포시켰다. 그리고 성적에 따라 차등화된 상품을 준비해 모든 게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대진표를 만들었다.
보통 오후 반가를 내어 출발해 오후 4시경부터 시작해 저녁 8~9시까지 게임을 하고 이후에는 저녁식사와 뒤풀이를 한 후 12시경에 취침을 했다. 다음날 6시 정도 기상을 해 라면 등으로 해장을 하고 8시부터 12시까지 테니스 게임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을 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인근 지역의 맛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일정을 마무리하곤 했다. 다행히도 수차례의 모임에서 아무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매번 재미있는 추억들이 만들어져 가끔씩 들어가 보는 모임 밴드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돌아보면, 테니스를 혼자 좋아하는 취미에 그치지 않고 직장 내 동료들에게 알려주어 테니스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총무로서 또 테니스교실 운영자로서의 소임은 나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제 은퇴를 하고 4도 3촌의 형태로 귀촌을 하려는 계획에도 테니스와 관련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능하면 테니스장이 멀지 않은 곳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해 귀촌 생활 중에도 테니스를 즐기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귀촌 후 그동안 배워 둔 집수리, 전기 등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지만 이와 더불어 가능하다면 이웃 중 테니스를 배우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테니스를 알려주려 한다.
직장에서 많은 직원들에게 테니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테니스교실을 만들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주었듯이 귀촌하는 곳의 이웃들에게도 테니스를 통해 건강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이상 '늦깎이 테니스 전국대회 도전'이라는 주제로 몇 차례의 대회 출전과 나의 테니스 라이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보았다. 무엇보다 이제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완수했으니 다시 예전처럼 경쟁보다 건강하게 오래 하는 테니스를 지향하며 즐기려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2편에서 전국대회에 도전하려는 내게 “형님! 시합에 다니시려면 젊었을 때 다니셨어야죠. 젊은 친구들이 파트너 해달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해요.” 라며 뼈 있는 말을 했던 클럽 후배가 며칠 전 모임에서 내게 "형님은 우리의 롤모델입니다."라며 엄지 척을 해 주어 그간의 도전에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 주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테니스 동호인 분들이나 테니스를 배우시려 분 모두 테니스를 통해 건강과 행복을 얻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