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일없이사는사람 Apr 10. 2024

내 이름은 신환분이었다


스케일링을 하기 위해 전화로 동네 치과를 예약했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조금 멀리 떨어진, 맘카페 추천으로 처음 가게 된 치과였다. 


예약 확인 문자가 도착했는데 환자 이름이 '신환분'으로 되어 있었다. 

내 이름과는 세 글자 모두 비슷한 점이라곤 없는 생뚱맞은 이름이었다.

어느 어르신과 착각을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예약은 정상적으로 된거 같아 당일에 직접 가서 확인을 하기로 했다.


치과에 도착하여 의자에 앉아 눈 앞의 모니터를 보는데 역시 환자 이름이 신환분으로 되어 있다. 

간호사 분에게 이름이 잘못 된거 같다며 신환분이 아니라고 설명을 드렸다.

그러자 신환분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신규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서 쓰고 있는 이 치과의 용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새로 오신 환자분은 신환분, 기존에 다니고 계신 환자분은 구환분...

머쓱해져서 알겠다 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마,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원래 이름은 마스킹 처리되어 신환분이 이름처럼 보였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검색해보니 "신환/구환"이라고 병원에서 쓰이는 용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환분 할머니를 상상했던 것이 무안해졌다. 


아니, 이런 정보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예약 확인 문자에 의문을 갖지 않았단 말인가. (문의가 많이 들어왔으면 문자 내용 템플릿을 바꾸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니면 내가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일까. 뒤늦게 한자로 치환해서 생각하니 너무도 명확하게 <신규 환자 분>인 것을. 다음에 다시 이 치과에 갈때가 되면 내 이름은 신환분이 아닌 구환분으로 바뀌겠지. 

나이를 먹어도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구나 싶은 하루였다.


아무튼, 스케일링은 무사히 잘 끝냈다. 


이전 02화 주마등 호프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