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젤리스가 자신의 런던 스튜디오에서 빚은 3집입니다. 커버의 날개 달린 두 손과 불타오르는 배경 그리고 건반. 천국과 지옥을 반젤리스의 영감과 두 손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잉글리시 챔버 콰이어의 합창도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그는 신시사이저, 퍼커션,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다루고 있으며, 예스의 존 앤더슨이 "So Long Ago, So Clear"에서 보컬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은 반젤리스의 리마스터링 버전입니다. 오리지널 커버가 더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이 작품은 꼭 들어봐야 할 반젤리스의 마스터피스입니다.
1986년 국내에 라이선스로 발매되었고 당시 프로그레시브 록에 빠졌던 팬들이 이 LP를 찾곤 했습니다. 거기에 프랑스의 장 미셸 자르, 영국의 릭 웨이크먼, 독일의 에드가 프로에제와 클라우스 슐체 등의 엘피가 레코드샵에 진열되면서 건반 중심의 전자음악에 목마른 이들에게 단비를 뿌렸습니다.
4집: 알베도 0.39(1976)
반젤리스의 상상력은 신화, 철학, 역사, 인물, SF, 가상세계, 우주 등으로 무한 확장합니다. 그리스인으로서 무의식적으로 갖춘 양식이 연관되었을 겁니다.그의 음악적 장르도 이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스튜디오 4집은 반젤리스의 천체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형상화 된 작품으로 앨범명 알베도는 물체의 빛 반사율을 뜻합니다. 알베도 0.39는 39%의 반사율을 갖는 지구를 가리킵니다. 수록곡은 "펄스타(중성자별)", "소드 오브 오라이언(검은 오리온좌의 별)", "뉴클로제네시스(핵생성)", "알베도 0.39(지구)" 등으로 우주와 지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5집: 스파이럴(1977)
중국 도교(타오)에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앨범 커버 하단에는 도덕경 문구 "가는 것은 멀리 가는 것이고, 멀리 가는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를 적어 놓았는데 이처럼 자연(우주)이 나선형태로 움직이면서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발표 당시 3, 4집보다 덜 각광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첫 곡 "스파이럴"을 듣는 순간 나선형 움직임의 생생함. 신시사이저로 인간이 만든 철학적 체계를 이미지화하는 반젤리스의 놀라운 창의력! 이 앨범에는 발라드 "투 디 언논 맨(미지의 사람에게)" 포함 총 5곡으로 구성되었는데 버릴 것이 없습니다.
7집: 차이나(1979)
RCA 레코드에서 취입하다가 폴리도르에서 발표한 앨범입니다. 중국에 가본 적이 없는 반젤리스였지만 중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음악에 대한 탐구를 콘셉트 형식으로 풀어갑니다. 총 9곡은 "중국", "대장정", "용", "매화꽃", "사랑의 도", "작은 축제", "음양", "히말라야", "정상" 등으로 연결됩니다.
본 앨범은 반젤리스 작품들 중 호흥 및 판매에 있어 선두에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동약적인 사운드(바이올린, 암송 등)에 서양 소비자들이 반응한 결과일 것입니다.
(참고) 반젤리스와 경합을 벌인 장 미셸 자르의 1982년 앨범 <차이나 콘서트> 또한 동양적인 사운드가 반영된 신시사이저 명반입니다.
9집: 토양의 축제(1984)
총 5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제목은 움직임(악장) 1, 2, 3, 4, 5의 형식입니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앙증맞은 곤충은 큰잠수풍뎅이입니다. 앨범명과 커버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발 밑 세상과 토양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음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다섯 가지의 움직임이 각각 어떤 생명체를 묘사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상상력을 동원하면 다양한 곤충과 벌레들의 움직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1980년대 후반 라이선스로 발매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10집: 마스크(1985)
폴리도르에서 발표한 마지막 앨범입니다. 9집과 마찬가지로 곡 제목은 악장 1~6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종족의 드럼과 잉글리시 챔버 콰이어의 합창 등이 가미되어 클래식적인 요소와 토속적인 사운드가 반영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국내에 LP로 발매되었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당시에는 레코드 가게에 진열되어 있다가 빛을 못보고 사라지는 LP들이 꽤 있었습니다. 또한 라이선스 음반사에서 소량만 제작하여 유통시키다 보니 나중에 구하려면 발품 꽤나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습니다.
11집: 인비저블 커넥션(1985)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마폰에서 발표한 작품입니다. 수록곡은 총 3곡입니다.
"인비저블 커넥션(보이지 않는 연결)", "아톰 블라스터(원자 폭발)", "써모 비전(적외선열화상)" 등입니다.
타이틀 곡은 21분의 대곡입니다.
커버 디자인은 적외선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두 사람이 연결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참고) <토양의 축제>, <마스크>, <인비저블 커넥션> 등 3장을 반젤리스의 1980년대 3부작이라고 부릅니다.
12집: 다이렉트(1988)
반젤리스가 런던의 개인 스큐티오를 벗어나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와 작업한 작품으로 이 앨범은 아리스타 레코드를 통해 발표됩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작곡을 하면서 동시에 맞춤형 MIDI 장비를 통해 녹음한 사실입니다.
총 12곡을 차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만일 비와 관련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세 번째 곡 "메탈릭 레인"을 추천해 드립니다.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을 통해 표현하는 빗방울 소리는 웅장합니다.
(참고) 비와 함께하는 음악 10선(coming soon)
19집: 로제타(2016)
앨범 커버와 앨범명을 보면 1976년 발표한 4집 <알베도 0.39>가 떠오릅니다. 앨범명은 2004년 유럽우주기구가 발사한 로제타 우주 탐사선을 가리키고 있으며 12년간 추진한 로제타 탐사 미션과 우주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습니다. 반젤리스의 음악 장르는 다양합니다만 이 작품은 그래미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 후보에 오릅니다. 뉴에이지 음악이라면 앰비언트라고 할 수 있고, 그의 음악적 근간을 보면 일렉트로닉이며, 다양한 음악 효과를 보면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이집트의 로제타 스톤을 차용한 로제타 탐사선은 지구, 화성, 지구, 소행성(아스테로이드 스테인스, 아스테로이드 루테티아 등)을 돌다가 12년의 탐험을 마치고 소행성에 충돌하면서 미션을 종료합니다.
21집: 목성을 향하는 주노(2021)
반젤리스의 통산 마지막 작품입니다. 중간에 비공식 앨범이 두 장 있었는데 이를 포함하면 23집이 되겠습니다. 첫 곡 "Atlas' Push"의 인트로는 핑크 플로이드의 명작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On The Run"과 아주 유사합니다. 루마니아 출신 디바 안젤라 게오르규가 세 곡에 출연하여 나사의 탐사선 주노(헤라)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참고) 2012년 게오르규가 내한하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라 트라이바타>의 미미를 연기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의 우아한 목소리와 압도적 퍼포먼스.약 십년 후 반젤리스의 작품에서도 여전하군요.
2002 오디시: 컴필레이션
반젤리스의 베스트입니다.
그의 음악세계를 속성으로 접하신다면 추천합니다.
2012 더 콜렉션: 컴필레이션
위의 오디시 컴필레이션과 경합하는 베스트입니다. 2CD로 구성되어 수록곡이 더 풍부합니다. 이 앨범 또한 추천합니다.
이상으로 두 편에 걸쳐 그리스가 배출한 키보디스트 반젤리스의 음악을 안내해드렸습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은 때론 찾아듣는 노력을 요합니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음악이 선명하게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머리 속의 뉴런들이 연결되듯이... 모든 장르의 음악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무형의 창조물에 우리는 감정을 실어 반응합니다. 일상의 때는 음악과 더불어 씻겨내려갑니다. 우리 삶의 질곡은 이렇게 완화가 됩니다. 음악을 듣는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