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키보드 연주자 반젤리스(뱅겔리스 파파사나시오)가 2022년 5월 타계하였습니다. 1970~1980년대 수많은 일렉트로닉 명작을 발표한 반젤리스.
당시 국내에서는 그리스의 반젤리스와 프랑스의 장 미셸 자르가 비교가 되곤 했습니다.
Jean-Michel Jarre(1948~)
장 미셸 자르(누리집 갈무리)
40년전 즈음 키보드(신시사이저) 중심의 작품으로아래 연주자(밴드)들의 LP가 국내에 간혹 발매되었습니다.
릭 웨이크먼: 스트롭스, 예스 출신 에드가 프로에제: 탠저린 드림 리더 클라우스 슐츠: 애쉬 라 템펠, 탠저린 드림 출신 크라프트베르크(발전소): 독일 대표 일렉트로닉 밴드 반젤리스: 그리스 대표 키보드 연주자 장 미셸 자르: 프랑스 대표 신시사이저 연주자
1948년 리옹 출생인 장 미셸 자르(Jean-Michel Jarre)는 영화음악(아라비아의 로렌스, 인도로 가는 길, 닥터 지바고 등)으로 유명한 모리스 자르의 아들입니다.
유년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혹은 할아버지와 지내게 된 자르는 재즈 클럽(존 콜트레인, 쳇 베이커, 아치 솁, 돈 체리 등이 정기 공연) 연주를 들으면서 음악 방향(재즈와 같이 가사가 없는 연주 방식)을 정립하였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피에르 술라주의 작품(검은색 위주의 여러 레이어를 입혀 창작)에 영감을 받아 음악도 여러 주파수와 소리들로 구성하여 창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술라주의 방식을 자르가 어떻게 구체화했는지는 들어보면 느낌 팍입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
엄마를 따라 간 재즈 클럽에서의 경험,
할아버지가 선물한 테이프 레코더로 시작한 음악 제작 및 연주, 술라주의 추상화로부터 받은 음악 창작 방식 등이 어우러지면서 자르는 전자음악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의 음악은 반젤리스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다만 두 뮤지션의 장르를 전자음악이라는 큰 범주에 두고 일레트로닉, 앰비언트, 신스팝, 뉴에이지, 인스투르멘털 등으로 세분화할 수는 있겠습니다.
자르의 작품 소개는 1970~1980년대 그를 대표한 앨범 몇 장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아래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시고 그의 전자음악이 끌린다면 이후의 작품들로 확대해 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르의 음악은 국내 라디오와 티브이 각종 프로그램의 시그널 또는 배경 음악으로 쓰여서 아주 익숙하게 들릴 겁니다.
3집: Oxygène 옥시젠 (1976)
자르를 위한 자르에 의한 자르의 초기 명작입니다. 1976년 8~11월 개인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였고 12월 출시하였습니다. 앨범명은 옥시젠(산소)입니다.전자음악의 발전에 있어 자르의 역할은 상당하였는데 그중 이 앨범이 중심에 있습니다. 지금 들어봐도 사운드가 구닥다리거나 구성이 엉성하거나 어떤 군더더기가 있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자르의 음악적 능력입니다.
만일 자르의 작품 하나만을 꼽는다면 이 3집이 유력할 것입니다. 앨범 커버의 그림은 비주얼 아티스트 미셸 그랑제 작품으로 자르의 음악과 잘 어울립니다.
4집: Équinoxe 에퀴녹스 (1978)
앨범 <옥시젠>의 쌍둥이 내지는 2탄 또는 한묶음과 같은 작품입니다. 약 9개월간 13대 이상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하여 녹음 후 1978년 12월 발표하였습니다. 전자음악을 쌓고 잇고 겹치는 자르의 접근은 남다릅니다만 여기서는 어떤 메인 사운드도 반복하지 않습니다. 3집의 사운드에 비하여 더 스페이스 뮤직과 앰비언트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앨범명 에퀴녹스는 춘분을 뜻합니다. 앨범 커버는 3집의 미셸 그랑제가 디자인하였고 작품명은 <르 트락(무대공포)>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의 1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장면... 앨범명 에퀴녹스와 연관성은 없습니다.
라이브: Les Concerts en Chine 레 꽁세르 앙 쉰 (1982)
1970년대 자르의 주요 곡들과 중국풍 사운드를 샘플링한 두 장짜리 라이브 앨범 <차이나 콘서트>입니다. 1981년 10월 21~22일 베이징과 26, 27, 29일 상하이에서 총 5회의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당시 중국은 마오쩌둥의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권력을 장악, 공산당을 이끌면서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던 시기입니다. 덩의 정책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으로 압축됩니다. 서구 뮤지션이 중국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이 앨범에는 프레드릭 루소, 도미닉 페리에, 로저 리지텔리 등 세 명이 뮤지션이 참여하였습니다. 자르는 이 공연에서 처음으로 레이저 하프를 연주합니다. 발표는 1982년 5월입니다.
7집: 주룩 (1984)
<옥시젠>, <에퀴녹스>를 잇는 자르의 대표작으로 앨범명 '주룩'은 (섹스 어필하는) 매력적인 이성이란 뜻입니다. 어쩌면 이 앨범의 수록곡 '주룩코롤지'는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자르의 작품일 겁니다. 당시 인기있던 티브이 프로그램에 이 곡이 사용되었는데 중첩적인 사운드와 경쾌한 리듬 그리고 보코더로 처리한 스캣 등은 귀에 팍 꽂혔습니다.
이전 작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첫째, 차이나 콘서트에 보여주었듯이 솔로 연주가 아닌 게스트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자르의 키보드 편성입니다. 두번째 곡 '디바'에서는 아방가르드 및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 겸 싱어인 로리 앤더슨이 보컬을 맡습니다. 둘째, 목소리 중심의 멜로딕한 사운드를 강화하여 덜 진지한 일렉트로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믹싱, 사운드, 샘플링 등의 기여도가 높습니다.
8집: 랑데부 (1986)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2년 9월 12일 라이스 대학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합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not because it is easy, but because it is hard."
이 연설은 미국의 달탐사를 공언하는 것이었고 미국은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으로 강력한 경쟁자 소련을 제치게 됩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총 여섯 랑데부(모임, 만남)로 구성되어 있고 미국의 우주프로젝트와 관련있는 곡이 네 번째와 여섯 번째 랑데부입니다. 케네디의 연설을 인트로로 멜로딕한 키보드 연주를 보이는 작품이 네 번째 곡인데 국내에서 많이 방송을 탔습니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곡은 1986년 1월 28일 발사한 챌리저호의 폭발로 떠난 우주인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1987년 그래미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 후보에 선정되었고 앨범 커버는 미셸 그랑제 작품입니다.
컴필레이션: 디 에센셜(2004)
자르는 지금까지 총 22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라이브 앨범과 컴필레이션 앨범도 꽤 됩니다. 그의 작품을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위의 작품들 중심으로 감상하시면 무리는 없습니다. 만일 그의 대표곡들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2004년
발매된 컴필레이션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키보드 중심의 전자 음악을 찾아보신다면 반젤리스와 장 미셀 자르를 확인하시고 텐저린 드림, 크라프트베르크, 릭 웨이크먼, 클라우스 슐츠 등으로 확대하시면 됩니다. 국내에 라이선스로 소개된 뮤지션들의 작품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