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뮤지션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클랩튼의 기타 연주까지 포함하면 수 백 장에 달하는 앨범이 있습니다. 관련 글에서 안내한 10장의 음반은 그의 작품 세계에 들어가는 첫 번째 마스터 키입니다. 이번 글은 연장선으로 세 장의 앨범을 추가로 소개합니다. 두 번째 마스터 키로써 라이브 앨범, 컴필레이션, 그리고 게스트로 참여한 음반 한 장씩을 선정하였습니다.
라이브 앨범: Just One Night, 1980년
1960년대 초반 영국 록의 선봉장이었던 야드버즈를 시작으로 존 메이올 & 더 블루스브레이커스, 크림, 블라인드 페이스, 더렉 & 더 도미노스, 존 레논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 덜레이니 & 보니 등을 거치며 이름을 날린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은 1970년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70년대 대중음악은 록이 번성하던 시기였고 록 음악에 다양한 소재와 연주 방식을 가미한 프로그레시브 록이 발전하던 때입니다. 재즈에 있어서는 밥, 밥의 하위 장르, 프리 재즈, 아방가르드 재즈를 거쳐 전혀 새로운 형식의 재즈 퓨전이 만개합니다. 또한 디스코 열풍을 간과할 수 없고 소울, R&B 등의 아티스트들이 전문 레이블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1970년대 클랩튼은 알콜, 마약, 여자 문제 등으로 프로 경력에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하는 앨범은 전문가들의 호평과 아울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순항합니다.
1979년 12월 투어 공연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한 클랩튼은 무도관(부도깡)에서 이틀간 공연을 하였고, 이 라이브는 이듬해 4월 두 장의 LP로 발매가 되었습니다. 총 14곡 중 세 곡은 3일, 열한 곡은 4일 공연에서 발췌했습니다.
컴필레이션: Crossroads, 1988년
10대에 들은 클랩튼의 연주와 노래는 록 음악과 친해지는 촉진제가 되었고 기타리스트 계보를 따라 관련 밴드들의 앨범을 들으면서 록과 메탈에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클랩튼이 거쳐간 밴드들은 영국의 하드 록과 블루스 록을 상징하는 전설이 된 지 오래입니다. 1988년 출시된 컴필레이션 <크로스로즈>는 클랩튼의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약 25년에 걸친 그의 음악 여정을 그리고 있으며 록 역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서사입니다. LP는 6장, CD는 4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그가 거쳐간 블루스 록 밴드의 연주와 솔로 곡들을 잘 반영하였습니다. 앨범명 "Crossloads"는 델타 블루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존스의 대표곡입니다. 만일 에릭 클랩튼의 앨범 하나를 고른다고 하면 이 세트가 답일 수 있습니다.
게스트 앨범: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 1984년
1970년대 영국 록의 격전지에서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킹 크림슨, 에머슨 레이크 & 파머 등은 여타의 록 밴드들과 다른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콘셉트 형식의 곡 구성, 신시사이저의 채용, 사회적 이슈에 대한 탐구, 그리스 신화의 도입, 클래식적 연주 양식, 사운드 이펙트의 극한적 실험 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음악을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부릅니다. 두 명의 미국 블루스 연주자 이름을 밴드명으로 한 핑크 플로이드. 시작은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기반의 연주였으나 점진적으로 로저 워터스의 음악을 중심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핑크 플로이드로 거듭납니다.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중 누가 최고냐라고 질문을 한다면 여러 밴드가 거론될 것입니다. 질문을 바꾸어 가장 인상적인 밴드가 누구였을까 혹은 가장 성공한 밴드가 누구냐라고 한다면 핑크 플로이드가 쉽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케이팝 걸그룹 중 2세대의 투애니원, 3세대의 블랙핑크, 4세대의 뉴진스가 연상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핵심이었던 베이스 기타와 보컬의 로저 워터스가 핑크 플로이드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팀을 떠나게 되는 시점이 1985년입니다. 공식적인 탈퇴 전인 1984년 봄 워터스는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 작품이 <The Pros and Cons of Hitch Hiking(히치하이킹의 장단점)>입니다. 총 12곡의 제목은 '오전 몇 시 몇 분'으로 되어 있고 각 곡은 부제가 있습니다. 오전 4시 30분 18초부터 오전 5시 12분 32초까지 주인공 로저 워터스가 꾸는 꿈 즉 잠재의식을 상징적이면서도 선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블루스와 프로그레시브 록을 블랜딩하여 약 42분의 짧은 시간을 화자의 인생에 맵핑시킵니다. 그 중심에 에릭 클랩튼의 기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