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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불도그 Oct 05. 2024

에릭 클랩튼 (1)

추천작 10선

에릭 클랩튼, 블루스 그리고 록

살아 있는 록과 블루스 기타의 전설인 슬로핸드 에릭 클랩튼이 통산 22집 솔로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1945년 영국 서리 주 리플리 출생인 클랩튼은 현재 79세로 싱어, 송라이터, 레코드 제작자로서도 역량을 보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밴드, 솔로, 라이브, 콜라보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밴드 작품은 1960년대 록과 블루스 음악의 토대가 되는 명밴드의 멤버로서 활동한 아웃풋입니다. 솔로작은 1970년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2024년 10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이브 앨범은 대부분 명연입니다. 콜라보는 당대를 대표하는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과 함께 하였는데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한편 다른 뮤지션의 앨범에 게스트로 연주하는 것을 포함하면 그와 관련된 앨범은 수 백장이 됩니다.


클랩튼의 작품은 록과 블루스의 역사입니다. 선배 뮤지션들의 블루스 정신을 이어받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기타 연주와 보컬은 록 팬들을 열광시킵니다. 3대 기타리스트니 뭐니를 떠나 살아 있는 전설이 된 에릭 클랩튼. 이 글에서는 그의 대표작 열 편을 선정하여 소개합니다. 개인적인 선호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1. 1966년: 존 메이올 & 더 블루스브레이커스 <Blues Breakers>

L-R: 존 메이올, 에릭 클랩튼, 존 맥비, 휴이 플린트

클랩튼의 경력은 1963년 가을 야드버즈에서 시작됩니다. 이후 1965년 봄 존 메이올(1933~2024) 밴드 존 메이올 & 더 블루스브레이커스에 조인합니다. 1963년 메이올이 만든 이 밴드는 후술할 크림을 잉태하였고 거쳐간 멤버들은 1960~70년대 영국 록을 대표하는 밴드들을 이끌었습니다. 크림, 플리트우드맥, 콜로세움 등이 대표적이며 멤버들의 커리어까지 포함하면 롤링스톤즈, 프랑크자파 & 더 마더스 오브 인벤션, 저니, 제퍼슨 스타십, 블라인드 페이스, 더렉 & 더 도미노스 등으로 확장됩니다. 사진은 더 블루스브레이커스의 데뷔 앨범으로 블루스 록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2. 1966년: 크림 <Fresh Cream>

L-R: 진저 베이커, 잭 부르스, 에릭 클랩튼

영국 록 나아가 록을 얘기하려면 슈퍼그룹 크림을 맨 앞에 놓게 됩니다. 물론 1960년대 초부터 활동한 비틀스가 있습니다만 이들이 팝과 록을 포용하며 팬덤을 형성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사실은 록 중심의 역사에 한정하기 어렵습니다. 크림은 잭 브루스(베이스), 에릭 클랩튼(기타), 진저 베이커(드럼)의 트리오로 멤버 모두 보컬을 맡습니다. 위의 사진은 크림 1집으로 역사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림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1960년대 후반을 이끌었습니다. 잭 브루스는 2014년, 진저 베이커는 2019년 타계하였습니다.


3. 1969년: 블라인드 페이스 <Blind Faith>

L-R: 스티브 윈우드, 릭 그레슈, 에릭 클랩튼, 진저 베이커

1968년 가을 크림이 해체되었고 클랩튼은 비틀스 앨범과 조지 해리슨의 솔로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1969년 초까지 활동하였습니다. 이어서 크림의 동료였던 진저 베이커, 트래픽 출신인 스티브 윈우드, 패밀리의 릭 그레슈와 함께 4인조 밴드 블라인드 페이스(뜻: 맹신)를 결성합니다. 첫 작품 <블라인드 페이스>는 1969년 2~6월 녹음을 걸쳐 7월 발표하였습니다. 이 슈퍼밴드는 약 7개월 활동하였고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겼습니다.


4. 1970년: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1969년 7월 경 블라이드 페이스는 몇 회의 투어 공연을 끝으로 해체되었고, 클랩튼은 가을부터 존 레논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 덜레이니 & 보니 등의 밴드에서 활동합니다. 이 시기는 클랩튼이 작곡과 노래를 강화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덜레이니 & 보니의 투어 공연 중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참여 뮤지션으로는 덜레이니 & 보니의 리더 덜레이니 브램릿(리듬 기타, 백 보컬), 스테픈 스틸스(기타, 베이스, 백 보컬), 레온 러셀(피아노), 리타 쿨리지(백 보컬) 포함 총 14인입니다.

  

5. 1970년: 더렉 & 더 도미노스 <Layla and Other Assorted Love Songs>

데뷔 앨범 발표 후 클랩튼은 1970년 봄 영미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블루스 록 밴드 더렉 & 더 도미노스를 결성합니다. 멤버는 에릭 클랩튼(보컬, 기타), 바비 휘틀록(보컬, 키보드), 칼 래들(베이스), 짐 고든(드럼, 퍼커션) 4인조이며 기타에 데이브 메이슨과 듀언 올맨이 참여하였습니다. 에릭 클랩튼과 데이브 메이슨은 영국인이고 나머지는 미국인입니다. 위 사진은 이 밴드가 발표한 유일한 앨범입니다. 두 장의 LP로 발매되었으며 이 앨범의 수록곡 "Layla(레일라)"는 록을 대표하는 발라드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과 절친이었던 클랩튼은 해리슨의 부인 패티 보이드에 대한 감정을 이 곡에 담았는데 보이드는 해리슨과 1977년 이혼하였고 1979년 클랩튼과 결혼합니다. 곡명은 7세기 아랍에서 기원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이름입니다. 밴드명의 더렉은 와전되긴 했지만 에릭 클랩튼을 지칭합니다.


6. 1974년: 에릭 클랩튼 <461 Ocean Boulevard>

1970년 데뷔 앨범 이후 클랩튼의 솔로 경력은 탄탄대로였습니다. 70년대 앨범 판매량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그의 음악적 정수는 당대 작품에 온전히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2집 <471 오션 블러바드>는 5집 <슬로핸드>와 더블어 클랩튼을 대표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히곤 합니다. 앨범 커버는 클랩튼이 레코딩 기간 동안 거주한 미국 플로리다 소재 주택을 보여주고 있으며 앨범명은 이 주소를 가리킵니다.


7. 1977년: 에릭 클랩튼 <Slowhand>

5집입니다. 이 앨범의 타이틀 슬로핸드는 조지아 국적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매니저 겸 음반 제작자 조르지오 고멜스키가 클랩튼을 가리켜 부른 닉네임으로 그의 주법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즉, 동시대의 기타리스트들이 빠르고 격정적인 연주를 특징으로 함에 반하여 그의 연주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블루지합니다. 수록곡에는 연인 패티 보이드를 위해 만든 발라드이자 국내에 널리 알려진 "원더플 투나잇"과 클랩튼이 존경하는 미국 털사 사운드의 창시자 제이 제이 케일의 오리지널 "코카인"을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클랩튼의 솔로 데뷔 앨범에도 케일의 곡 "아프터 미드나잇"이 실려 있는데 이 곡 및 앨범 또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8. 1992년: 에릭 클랩튼 <Unplugged>

1981년 음악만을 중계하는 티브이 채널의 탄생. 이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넘어가는 당시의 흐름과 연관됩니다. 디스코 열풍에서 뉴웨이브 음악으로의 이동. 록과 메틀의 부흥. 여기에 잠정 고객으로 팝 문화를 소비할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걸맞은 음악 포맷으로 뮤직 비디오 방송을 시작한 엠티브이는 대단한 인기를 끕니다. 뮤직비디오는 뮤지션들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기여하였고 엠티브이는 점진적으로 다양한 포맷을 기획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엠티브이 언플러그드(MTV Unplugged)라는 시리즈로 1989년 시작하여 약 10년 간 운영됩니다. 이 시리즈는 전자 악기 연주를 배제함으로써 뮤지션들 본연의 연주 스타일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는데 너바나, 토니 베넷, 로드 스튜어트, 샤키라, 머라이어 캐리, 로린 힐, 앨리샤 키스, 리키 마틴 등이 출연하였습니다. 언플러그드 실황 중 1992년 1월 16일 에릭 클랩튼의 어쿠스틱 라이브는 이 시리즈의 정점에 있습니다. 클랩튼 음악의 근간인 블루스 곡들과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하였는데 특히 "티어즈 인 헤븐"은 1991년 아파트에서 추락사 한 네 살배기 아들 코너를 기리는 노래로 청자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이 앨범으로 클랩튼은 1993년 그래미에서 여섯 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가장 많이 팔린 그의 앨범이 되었습니다.


9. 2004년: 에릭 클랩튼 <Me and Mr. Johnson>

15집으로 미국 블루스 뮤지션인 로버트 존슨(1911~1938)의 곡들을 커버하였습니다. 존슨은 미국 델타 블루스의 정상에 있었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로 높은 톤의 구슬프지만 빠른 연주로 극적 효과를 연출하였습니다. 존슨의 1936~37년 녹음은 최상의 노래와 연주 그리고 뛰어난 작곡 실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후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에 영감과 영향을 주게 됩니다. 클랩튼도 이들 중 한 명이며 이 앨범이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2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블루스 명연입니다. 


10. 2006년: 제이 제이 케일 & 에릭 클랩튼 <The Road to Escondido>

미국 털사 사운드(1960년대 전후 오클라호마 주 털사에서 만들어진 음악으로 블루스, 로커빌리, 컨츄리, 재즈 등이 믹스된 느슨한 연주 형식을 특징으로 함)의 창시자 제이 제이 케일(1938~2013)과 에릭 클랩튼의 공동 작품입니다. 수록곡 대부분은 케일의 작품이며 클랩튼은 두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블루스와 털사 사운드를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앨범 커버에는 케일이 집으로 가기 위해 '에스콘디도'라는 사인과 함께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에릭 클랩튼 <Meanwhile>

10월 4일 온라인으로 발매된 22집입니다. 이 앨범은 여러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하였는데 밴 모리슨, 브래들리 워커, 주디스 힐, 다니엘 산티아고, 사이몬 클라이미, 제프 벡(1944~2023) 등이 참여하여 작품을 빛내줍니다. 클랩튼의 목소리는 녹슬지 않았고 농익은 슬로핸드 기타 또한 여전합니다.


음악 감상에 있어

위에 안내한 열 장(+1)을 중심으로 클랩튼을 확인하시고 70년대 작품을 중점적으로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라이브 앨범도 찾아보시고 그가 게스트로 참여한 앨범들로 확장해 보시기 바랍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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