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더 브루탈리스트

영화를 들으며

by 핫불도그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3월 2일 있었던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전쟁, 인종, 소수자 등을 통해 나타나는 분열과 차별을 뛰어넘는 통합에 대한 굳건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는 케이팝을 빛낸 블랙핑크 출신의 리사가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부문별 후보들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데 작품상 후보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이번 후보에는 헝가리에서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이자 건축가인 주인공의 삶을 그린 <The Brutalist>가 포함되었는데 배우들의 헝가리식 영어를 AI로 보정하였다고 말이 많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인공지능이 영화에 파고든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화 더 브루탈리스트와 브루탈리즘

이 작품은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이번 오스카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영화제목은 1950~70년대에 유행한 건축양식인 브루탈리즘을 추구하는 주인공을 가리킵니다. 브루탈리즘의 어원은 불어 비똥 브뤼트(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로 20세기 초 모더니즘 양식의 뒤를 이었습니다. 아래에 브루탈리즘을 잘 표현한 작품이 있습니다.

다남빌딩 (승효상 작)

어떻습니까. 느낌이 팍 오나요? 거칠고 투박한 그러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묵직함이 있습니다. 와인으로는 시라즈, 중식으로는 고기튀김, 우리의 비지찌개 정도가 떠오릅니다.


영화음악. 영화 줄거리와 화학적으로 묶여 있는 음악을 따로 떼어내어 감상한다는 것이 그다지 탐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와 음악이 한몸임에도 뛰어난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고양시키면서 음악 자체만의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네마 천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운드 오브 매직 등입니다.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않았습니다만 음악은 어떤지 느낌을 적어 봅니다.


음악 더 브루탈리스트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오버추어와 피날레를 틀로 주요 플롯에 부합하는 심플한 제목의 트랙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클래식 악기 중심 특히 피아노가 이끄는 연주가 영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합니다만 이 사운드트랙이 시도하는 음악적 변형은 재즈와 신스팝으로 뻗어갑니다. 피아노가 클래식적이라면 색소폰과 트럼펫은 재즈적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베이스와 드럼은 맛깔난 천연조미료로 역할을 다합니다.

오버추어

세 편의 서곡은 각각 "Ship", "László", "Bus"입니다. "Ship"에서 메인 테마에 해당하는 멜로디를 제시합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뉴욕 맨해튼의 자유의 여신상이 뒤집어진 채 보입니다. 주인공 라즐로 토스(László Tóth)가 홀로코스트를 겪고 자유의 세계에 디디는 순간의 모습(배 안에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은 중의적입니다.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며 선물한 여신상의 전복은 라즐로가 자유세계에서 치뤄야 할 또다른 고난을 말하는 게 아닐지. "라즐로"는 피아노 솔로가 이끄는 아름다운 발라드입니다. 영화 어느 장면에 이 곡이 삽입되었을지 궁금하군요.


장면별 트랙

영화음악은 장면과 관련하여 총 27개의 트랙을 싣고 있습니다.

Chair, Van Buren's Estate, Library, Jazz Club, Porn, Monologue, Up the Hill,
Pennsylvania, Bicycle, Steel, Intermission, Erzsébet, Handjob, Building Site,
Ribbon Cutting, Picnic by the Lake, Gordon's Dinner, Looking at You, Vidui,
New York, Stairs, Carrara, Marble, Tunnel, Construction, Heroin, Search Party

전체적으로 오버추어의 메인 멜로디가 여러번 반복되면서 영화의 흐름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특징으로는 첫째, 여러 편의 재즈가 삽입되어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있습니다("Jazz Club", " Up the Hill", "Building Site", "Gordon's Dinner", "New York" 등). 둘째, 아름다운 피아노 소품은 이 영화의 분위기가 어떤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Library", "Bicycle", "Intermission", "Erzsébet", "Looking at You", "Heroin" 등). 셋째, 주인공 라즐로의 주요 활동 무대인 펜실바니아와 뉴욕, 그리고 주변 인물인 고든과 에르제벳 등이 스토리의 전환을 꾀합니다("Pennsylvania", "New York", "Erzsébet", "Gordon's Dinner" 등).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요 장면과 라즐로의 브루탈리즘을 표현하는 여러 장치가 음악에 녹아 있습니다(위의 트랙 외 수록곡들). 대부분의 트랙이 짧지만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어려운 상황을 묘사함에 충분합니다.


에필로그

에필로그는 "베니스"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서곡에서 제시한 메인 테마를 배경에 깔면서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연출합니다. 오버추어에서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음악만으로는 알 수 없겠으나 엔딩의 분위기를 짐작기에 충분합니다. 이 곡은 빈스 클락이 작곡하였습니다. 클락은 1980년대 신스팝 그러니까 뉴웨이브가 팝을 이끌던 시절 디페시 모드의 리더였고 이후 듀오 야주를 만든 키보디스트입니다. 그의 신스팝은 이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마치며

1990년 영국 런던 출생인 뮤지션 겸 작곡가 다니엘 블룸버그가 작곡한 OST는 오랜만에 경험하는 멋진 영화음악입니다. 그다지 이펙트가 사운드가 강력하지도 않지만 듣다보면 마음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아마도 음악이 주인공에게 다가가는 장치 이상의 역할을 하며 우리를 공명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핫불도그


keyword
이전 06화팝 음악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