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클락

한 장의 앨범

by 핫불도그

John Clark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연주하는 존 클락(출처: Hidden Meaning Music)

존 클락은 재즈 호니스트(프렌치 호른 연주자)입니다. 동명이인의 록 기타리스트가 있으니 혼동하지 마세요. 클래식 연주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금관악기 프렌치 호른이 재즈라는 장르로 가면 그다지 소구되지 않는 악기 중의 하나가 됩니다. 재즈에서 관악기는 취구부(연주자의 입술이 닿은 부분)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리드 악기라고 하여 취구부가 나무나 프라스틱 재질의 얇은 리드로 된 것으로 색소폰과 클라리넷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하나는 혼 악기라고 하며 취구부에 별도의 마우스피스를 사용하거나 고정된 마우스피스를 사용하는 악기들로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프렌치 호른 등이 있습니다.

재즈에서 프렌치 호른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연주자 또한 머리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러 종류의 관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플레이어 대비 프렌치 호른 한 가지만 사용하는 연주자는 재즈 역사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1950년대 활동한 호니스트 줄리어스 왓킨슨(1921~1977)을 재즈 프렌치 호른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왓킨슨 이후 가장 뛰어난 호니스트를 꼽으라면 아마도 존 클락(1944~)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클락의 활동기가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으니까 이 두 거장의 간극은 약 30년 정도입니다. 왓킨슨은 블루 노트 레코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였고 당시를 대표하는 재즈 거장들의 작품에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클락은 몇몇 신생 레이블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수많은 재즈 거장들과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 작품에 참여하였습니다.


존 클락의 솔로작은 열 장 미만으로 50년을 뛰어 넘는 커리어 대비 제한적입니다. 또한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표한 작품도 없습니다. 단 한 장의 앨범을 제외하고는.


1981년 앨범 <Faces>

1981년 1월 3일 발표한 존 클락의 2집으로 유럽 재즈를 대표하는 레이블 ECM 작품입니다. 블루 노트와 ECM은 재즈 앨범 커버 디자인을 예술적 경지로 올려 놓은 대표 음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블루 노트가 블루, 블랙, 레드 톤 중심의 제한된 컬러를 사용하고 인물 중심의 디자인으로 재즈 연주자 본연의 느낌에 충실하였다면, ECM 디자인은 사진틀을 사용하거나 줌 인, 아웃을 통해 연주자가 아닌 사물의 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두 레이블 모두 카메라를 통해 표현한 앨범 커버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존 클락의 2집 <Faces>를 처음 마주했을 때 커버를 양분하고 있는 블루와 블랙, 특히 어스름한 선셋과 믹스된 스카이 블루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아래로 삼분의 일 지점에 지평선이 놓여 있고 작은 길을 중심으로 퍼지는 블랙 톤은 막다른 세계로 인도합니다. 길 한가운데 멈춘 녹색 자동차와 전신주를 따라 사선으로 달리고 있는 세 줄의 와이어는 블루와 블랙으로 나뉘어진 두 세계를 효과적으로 이어줍니다. 자동차 조수석의 문을 잡고 있는 인물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클락의 앨범은 이러한 회화적 이미지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프렌치 호른이라는 악기가 들려주는 차분함과 고즈넉함은 참여 뮤지션들의 연주와 상승 효과를 일으키며 ECM 스타일 재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쿼텟은 프렌치 호른의 존 클락, 비브라폰과 마림바의 데이비드 프리드먼, 첼로의 데이비드 달링, 그리고 드럼의 욘 크리스텐센입니다. ECM이 종종 시도했던 ECM 소속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조합은 유일무이의 앙상블을 만들게 됩니다.


총 여섯 곡으로 클락의 오리지널이 세 곡, 나머지는 네 명의 공동작입니다. 첫 곡 "The Abhà Kingdom"은 15분이 넘는 클락의 곡으로 달링의 첼로와 프리드먼의 비브라폰과 마림바가 인상적입니다. 클락은 우리를 천국으로 불리는 압하 왕국으로 인도합니다. 1970년대 키스 재럿의 유러피언 쿼텟에서 활동했던 크리스텐센의 드러밍은 전체적인 연주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작품 타이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곡 "Faces in the Fire"와 "Faces in the Sky"는 네 멤버의 공동작으로 앨범의 중심에 있습니다.


클락의 다른 작품들은 ECM 작품과 차이가 있습니다. ECM 스타일 재즈에서 벗어난 호른 연주가 더 부각되며 스윙, 블루 노트, 즉흥 연주라는 재즈의 핵심 요소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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