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향한 소년들의 마음
2022년 7월 30일, 아이코다이메이덴과 토호 고교의 제104회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아이치현 대회 결승전, 9회 말 투아웃에서 높게 뜬 타구를 우익수가 잡아내며 7-4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아이코다이메이덴의 2년 연속, 14번째 고시엔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마운드에 모여 기쁨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항상 하늘을 향했던 소년들의 손은 검지를 치켜든 것이 아닌 누군가의 사진을 쥐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 혹은 누군가에게 승리를 전하는 듯. 소년들은 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소년들의 모자에는 瀬戸(쇼토)라는 이름이 쓰여있었습니다. 과연 소년들은 누구를 바라봤던 것일까요, 그들이 올려보았던 하늘에 닿았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2022년, 그 여름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세토 카츠토(쇼토)는 2004년생, 2022년 대회 당시 3학년으로 아이코다이메이덴의 벤치에 들어간 백업 선수였습니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활약한 그는 항상 벤치 분위기를 밝게 비추었고 대타 요원으로서 경기에서 활약했습니다. 2021년에 고시엔에 진출했을 때도 등번호 15번을 달고 고시엔을 밟았던 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봄 대회에도 벤치에 들었을 정도로 팀에서 중요한 전력임과 동시에 그는 팀 동료들이 소중하게 여긴 동료였습니다.
하지만 여름 대회를 앞둔 6월 1일, 쇼토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19살의 어린 나이, 마지막 여름을 앞두고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낸 아이코다이메이덴 선수단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쇼토가 세상을 떠난 뒤 진행한 첫 미팅, 3학년 전원은 말을 꺼내지 못했고 몇몇 선수들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속에서 결의를 다졌습니다. "쇼토를 위해 고시엔에 가자"라는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선수들은 그렇게 떠난 동료를 위한 마지막 여름을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여름이 시작된 7월, 선수들의 유니폼 뒷주머니에는 쇼토의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는 쇼토와 중학교에서부터 함께한 이치바시의 제안이었습니다. 쇼토의 사진 뒤에는 쇼토가 자주 하던 말이었던 "여기서 그만두지 말고 '귀신 멘탈'로 한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경기의 핀치 상황에서 선수들은 쇼토의 이 말을 기억하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벤치에는 쇼토가 입던 유니폼이 선수단이 쇼토에게 담은 메시지가 적혀 걸려있었고 선수들의 모자에는 "쇼토와 함께"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회 시작 전, 아이코다이메이덴은 "올라서라, 정점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회에 임했습니다. 이는 쇼토(본명: 카츠토, 勝登)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떠난 동료를, 소년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준준결승까지 아이코다이 메이덴은 4경기 연속 콜드승을 기록하며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준결승에선 아이치 케이세이를 만나 7-4로 승리를 거둬 대망의 결승전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치의 세 강호 중 하나인 토호를 만난 아이코다이 메이덴. 5회까지 3대 3으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8회, 단숨에 2점을 내며 앞서나갔고 9회에 1번 타자 카토의 적시타로 미노가 홈을 밟으며 점수차를 3점으로 벌렸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9회 말 2 아웃, 에이스 아리마가 하늘을 올려다본 후 힘차게 공을 뿌렸고 우익수 쪽으로 높게 뜬 타구. 같은 외야수였던 쇼토의 글러브를 빌린 미노가 쇼토의 글러브로 공을 잡으며 꿈의 고시엔으로 향하게 된 아이코다이메이덴이었습니다.
고시엔 진출을 결정한 선수들이 검지를 하늘로 치켜들며 마운드에 모이는 것과 달리 아이코다이메이덴의 선수들의 손에는 경기를 치르는 동안 계속해서 함께였던 쇼토의 사진이 들려있었습니다.
고시엔에 진출한 아이코다이메이덴은 1차전에서 이시카와 대표 세이료 고교를 만나 14-2 완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고시엔을 시작했습니다. 2차전에서 아오모리 대표 하치노헤 학원 코세이를 만난 아이코다이 메이덴. 선취점을 내며 경기를 시작했으나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고 5회에 역전을 허용, 7회에 3점을 내주며 점수차는 단숨에 4점 차로.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부정적인 상황. 하지만 선수들은 쇼토가 했던 말을 기억해 냈고 "여기서 그만두지 않는다"를 생각하며 오히려 4점 차를 어떻게 역전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7회 말 공격, 아이코다이메이덴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사구와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맞은 아이코다이메이덴, 타석에는 중학교에서부터 쇼토와 함께한 이치바시가 들어섰습니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변화구를 힘껏 잡아당긴 이치바시는 치자마자 안타를 확신했고 타구는 고시엔의 넓은 우중간을 갈랐습니다. 2타점 적시 3루타로 점수차는 2점이 되었고 후속타자 미노의 뜬 공이 행운의 안타가 되며 점수는 한 점 차. 이어 카토가 3-유간을 때려내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는 원점이 되었습니다. 동점인 상태로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타이브레이크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맞이한 10회 말, 타석에는 에이스 아리마가 들어섰습니다. 가운데로 들어온 변화구를 그대로 쳐낸 아리마의 타구는 좌익수 키를 넘어 펜스까지 굴러갔고 아리마는 계속해서 스피드를 올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들어갔습니다. 슬라이딩 이후 일어서자마자 하늘을 향해 기도를 보낸 아리마, 끌려갔던 경기를 이제 끝낼 수 있게 된 아이코다이메이덴이었습니다.
후속타자가 범타로 물러났고 타석엔 미노가 들어섰습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하늘을 올려다본 미노는 숨을 들이쉰 이후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쇼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리고 그의 죽음을 가장 슬퍼했던 미노였기에 그에게 고시엔에서의 타석은 특별했습니다. 짧은 스윙으로 때려낸 변화구, 투수와 2루수를 뚫고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간 타구는 동료와의, 쇼토와의 여름을 잇는, 그리고 1981년 이후 고시엔에서의 2승째를 확보하는 많은 의미를 가진 안타였습니다.
아이코다이메이덴은 3회전에서 오이타의 메이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준준결승에서 당해 우승팀이 되는 센다이 이쿠에이를 만나 패했습니다. 선수들은 패배 이후에도 끝까지 쇼타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여름은 빛났습니다. 그들이 올려다보았던 하늘엔, 그들의 검지가 가리켰던 하늘엔 분명 쇼타가 함께했을 것입니다. 먼저 떠난 동료의 이름대로, 여름의 정점으로 향한 소년들의 여름이었습니다. 오늘 고시엔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