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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Feb 02. 2022

명절 전 후 애호박 가격의 비밀

여태 나만 몰랐던가?


올해로 주부 10년 차 명함을 달았다.

연차가 쌓이면서 주부 9단은커녕 할 줄 아는 건 동동 뜨는 입밖에 없어서

시댁 가서도 어머님 옆에서 수다만 떨면서

여전히 얼쩡거리고 방황? 하는 며느리라 늘어만 가는 연차민망할 때가 많다.


스스로 아줌마 자부심 있는 분야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 최저가도 확인하고 쿠폰도 다운로드하고 핫딜도 잘 챙기는 알뜰한 주부라는 점이었다.


이리저리 확인해야  것이 많아 어떨땐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이

시간도 더 걸리고 머리가 아플 때도 지만 알뜰한 소비를 했다며 나름 뿌듯해하는 주부였다.


하지만 치명적인 구멍이 있었으니,

신선식품 혹 아이들 과자 사러 동네 마트 장을 볼 때면 늘 근처 있는 마트를 가는 편이라 가격을 잘 보지 않고 물건을 샀다.

당근 1킬로, 양파 한 망, 애호박, 감자, 고구마 가격이 얼마쯤 하는지 잘 몰랐다.

어쩌다 우연히 영수증을 확인할 때 확인하는게 전부였다.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 외벌이가 되면서 경제적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니

드디어 식자재 가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늘 떨어지지 않는 야채는 감자, 당근, 양파, 애호박이다.

요것들만 있으면  언제든 전, 국, 볶음 등을 할 수 있기에  급히 밥을 차려야 할 때 요긴하다.


1년 전  겨울 어느 날,

동네 마트에 애호박을 사러 갔는데 가격이 4천 원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가격이 4천 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았다.


애호박 가격이 원래 이랬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당최  보통 가격이 기억나지 않았다.

호박을 보고 놀라  있다보니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말을 건네셨다.


''새댁, 애호박은 명절 전후로 가격이 엄청 올라, 그러니까 애호박이 제~일 여름에 많이사서

채치고 깍둑 썰어 냉동실에 저장해둬. 그러면 1년 동안 먹지. 지금은 너~무 비싸!''

라고 말씀하시며 유유히 사라지셨다.


마늘이나 대파는 한번 사면 양이 많아 소분해 냉동하는데,

애호박을 냉동보관도 한다는 것을 주부 9년 차에 알게 되었다니!


일단, 4천 원이라는 가격이 후덜덜해 애호박을 사지 못하고, 가격 저렴하고 양은 많아 보이는 건애호박(말린 호박) 한 봉지를 구매했다.

그런데 말린 호박을 국에 넣고 볶아먹고 했더니 식감도 좋지 않고 질겨서 도무지 먹지 못했다.


'4천 원짜리 애호박을 사볼까?' 생각도 했지만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르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딸깍발이>처럼 나도 '요놈 요 애호박, 겨울 지나고 보자!' 라는 마음으로 4천 원짜리 애호박을 결국 식탁에 올리지 못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오니 정말 애호박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 3천 원, 그러다 2천 원 후반대.

'아, 4천 원보다는 싸지 않는가?' 구매 할까 싶은 욕구를 참으며 '흠, 할머니께서 여름에 분명 싸질 거라고 하셨는데...' 라는 생각에 가격이 조금 더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 당시 나에게 애호박 매수 시기는 남편 애를 태우는 삼전 주식 매수 시기만큼 중요했다.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고 애호박 가격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애호박 2개에 1200원'

드디어 지금이 바닥이구나!

애 호박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남편이 과하게 애호박을 사는 나를 보고 놀랐다.

나는 여유로운 주부 9단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바닥을 찍었으니 곧 다시 오를거라는 믿음'


어느 날 우연히 음료 사러 들른 이웃동네 마트에서

'애호박 2개 천 원!' 이라는 글씨가 내 눈에 들어왔다.

3일간 하는 행사로 1인당 2개까지만, 이라는 조항? 도 쓰여있었다.

(그 단서를 보고 눈치 챘다.  아무리 가격이 바닥을 쳐도 1개 500원 이하는 내려 갈리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 같았다.) 음료 사러 온 것도 잊고 애호박 2개를 냉큼 들었다.

그 다음 날도 갔다. 또 그 다음 날도 갔더니 3일째는 매진이었다.


그렇게 작년 여름,

나는 애호박을 저렴하게 살 때마다 여유있게 더 사서 채치고 깍둑 썰고 용도별로 썰어 추석 후 먹을 애호박을 냉동실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추석이 지났다. 가격이 다시 쭉쭉 올랐다.

우리동네 올 겨울 애호박 개당 가격은 2천 원 중, 후 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겨울엔 4천 원을 보았는데 올해는 2950원이 내가 본 최고 금액이긴 했다.)


1년을 주기로 애호박 가격 변동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설전 후로 가격이 높았다가 봄이 되면 조금 싸지고,

여름이 되면 바닥을 찍는다.ㅡ(애호박 매수시기)

아!  한여름 장마와 가뭄의 변수가 생길때는 다른 경우다.

그러다 추석을 주기로 다시 한 단계 점프했다가 겨울이 되면 또 최고 가격을 형성한다.


(아! 부자 언니 유수진 책을 읽을때 주식과 투자에도 계절 따라 상승 하락이 있다는 그래프를 본 것 같다!

애호박 열정으로 주식 공부를 했으면 참 성공했을듯.)


결론은 작년 한 해,

2개 1200원 그 이상 가격으로 애호박을 사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트에 갈때마다 비싼 애호박의 가격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유유히 걸어 나온다.



아직

나에겐 냉동실에 2통의 애호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하하하!!




*지퍼백에 애호박을 썰어 넣어 올리브기름,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흔든 다음 보관하면 냉동해 둬도 잘 떨어 집니다. 그리고 맛은 냉동이라 조금 덜 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아! 동그란 호박전은 냉동 호박으로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마트에 유통되는 호박이 비닐옷을 입는 이유는 '예쁜 호박이 상품성이 커서' 라고 합니다.

비닐을 씌워 예쁜 모양을 유지하고 흠집이 없어야지만, '특상'의 가치를 받는다는 씁쓸한 현실입니다.

농가에서도 비닐을 씌우는 일이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들고, 비닐 쓰레기도 많이 나오는데 시중 마트에서는 비닐없는 애호박은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조금 못생겼고 상처가 나 있더라도 비닐없는 애호박을 산다면 가격도 저렴하고 환경도 생각하며 크기도 더 큰 애호박을 먹을 수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애호박 분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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