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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이토록 정교한 세상에서 나

by 김진 Jun 29. 2022

 

브런치 글 이미지 1

 수학선생님 부부의 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과학도를 꿈꾸었던 일명 "태생부터 이과생"인 필자는 단 한 번도 신의 존재에 긍정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신을 믿는다는 것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신이란 존재를 부정하며 살아왔다.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거나 부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러한 나의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누군가가 신이 있다고 믿으시나요?라고 물어온다면 당연히 네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에 겪은 이별 그리고 취준생의 하루하루는 나를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이겨내려 몸부림친 결과는 놀라웠다. 세상이 이토록 정교하며 아름답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힘든 그 기간이 지나가서 이제야 세상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냐 물으면 아직도 그와 이별을 눈물이 날만큼 슬프고 아직도 취준생의 입장이라 나를 둘러싼 상황은 변하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다. 단지 내가 깨달은 것은 세상이 무척이나 정교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세상은 마치 프랙탈과 같다.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결국엔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수영을 예로 들어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수영장에 던져졌다. 아마도 허우적대고 발버둥을 칠 것이다.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는다 한들 수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허우적대다가 가라앉는 느낌이 무서워 얼른 발을 땅에 닿으려 할 것이다. 그리곤 생각을 한다. "수영을 해야 해? 발이 땅에 닿으니 땅에서 걷는 것처럼 걸으면 되잖아!"하고 말이다. 수영장에서 걸으며 놀면서 이렇게도 놀 수 있네라며 자신을 위로하고는 안전함에 안주할 것이다. 그런데 그 위로를 넘어 눈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앞을 가고 발이 닿지 않는 높이의 물도 즐긴 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때 그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불쾌하게 하고 짜증 나게 한다면 그리고 그 감정들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제야 우리는 발버둥이 아닌 수영을 가르쳐줄 스승을 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수영 이야기는 동네 수영장을 가도 혹은 워터파크에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는 살면서 겪은 모든 경험에 적용된다. 대입을 하는 과정에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도 모두 적용이 되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 발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땅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물에서 꼭 뜨지 못해도 살 수 있다.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게 나쁘다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쁜 것은 실은 나의 진짜 마음은, 나의 본질은 물에 뜨고 싶은데 스스로 편안함 뒤에 숨어 자기기만을 하는 행위이다. "나는 서울대를 가고 싶어."라는 마음을 "서울대는 무슨 서울대 가려면 지금보다 더 안 자고 더 공부해야 해. 지금이 편하고 좋아. 그리고 지금 노력으로도 인 서울은 할 수 있어."라며 숨기거나 "저 회사로 이직하고 싶어."라는 마음을 "지금 회사가 복지도 좋고 월급도 좋아 나 스스로 나가지 않는다면 잘릴 걱정도 없지. 괜히 이직 생각하다가 낙동강 오리알 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나를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며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원하는 것은 안전함과 편안함이 아니라 두려움을 넘고 극복한 후의 성취감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앞과 같이 자기기만을 하며 인정하지를 않는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인정하고 표현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필자도 알고 있다.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당신은 수영을 배우는데 실패할 수도 있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질 수도 있으며 이직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경험에서 분명
무언가를 배울 것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땅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두려움과 이를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주한 경험에서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성장할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편안했던 목표를 바꾸거나 안전한 회사에서 나와 이직을 준비하거나 혹은 오랜 연인의 옆을 떠날 때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삶의 모든 경험들은 수영처럼 작은 경험들과 결국 다를 바가 없다. 원하는 바에서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자기기만을 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안주하다 결국엔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성장하는 것. 이것이 필자가 느낀 모든 경험의 반복되는 패턴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세상은 정말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우리가  두려움을 대면하기 전까지 마치 연습해보라는 듯이 미니게임처럼 작은 도전들을 하게 만든다. 그게 수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춤일 수도 있고 학교 수업  작은 발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니게임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와 두려움을 스스로 마주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울 것이다.  경험들은 나중에 정말  두려움을 앞에선 우리에게  힘이 되고 지혜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결국엔 이토록 정교한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느낀 이상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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