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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Dec 21. 2023

누가 내게 말 좀 해주오!

사마천 <백이 열전>

어떤 사람은 말했다.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이처럼 인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했어도 굶어 죽었다. 또한 (제자) 일흔 명 중에서 공자는 안연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노나라 제후에게) 추천하였으나 안연은 (밥그릇이) 자주 텅 비었고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으로 베풀어 준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고기를 잘게 썰어 (육포로) 먹었다. 잔인한 짓을 하며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제멋대로 천하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하늘에서 내려 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이는 어떠한 덕을 따르는 것인가? 이러한 것들은 그러한 사례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요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하는 행동은 규범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 편안하게 즐거워하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른가?(주 1)


옛 어른들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마천의 탄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온갖 악한 일을 저질러놓고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죽을 때도 고통 없이 편안하게 눈을 감습니다. 그 후대의 자손들까지 잘 먹고 잘 삽니다. 반면, 선하고 옳은 일을 했는데도 온갖 고통을 다 당하고, 죽을 때도 비참하게 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의 후손들도 가난하고 천대받으면서 힘겹게 살아갑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봐도 금방 알 수 있지 않나요?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인간 사회의 원리가 작동하나요?

신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복을 받고, 거역하는 사람에게 화가 미친다는 것이 옳은 소리인가요?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 맞는 말인가요?


누군가는 당장 나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후손들에게 주어진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입니까?

누군가는 '양극의 원리'에 따라 선과 악이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지만 양극단이 서로 만나고 모순들이 서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설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것을 인간의 영역 밖을 벗어난 신의 영역, 즉 '신비'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없다면 인간은 잠시도 이 세상에 머물 수 없다고 하더군. 왜냐면 선악을 몰랐을 테니까.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저 악마와 같은 선악을 인식해야 한단 말이야? 그렇다면 정말이지 인식의 세계를 통틀어 봐도 이 어린아이가 '하느님 아버지'를 향해 흘린 눈물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거 아니냐. (중략) 나한테 필요한 건 보복이야...그 보복은 무한대 속의 언제, 어디서가 아니라 바로 여기서, 내 눈으로 그것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바로 이 땅에서 이루어져야 해...내가 고통을 받아 온 건 나 자신을, 그러니까 나 자신의 악행과 고통을 희생하여 누군가가 미래의 조화를 누릴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중략) 드높은 조화 따위는 완전히 거부한다. 그 따위 조화라면, 악취 나는 변소에서 작은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치고 보상받을 길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느님 아버지'에게 기도했던 저 기진맥진한 아이 한 명의 눈물만 한 가치도 없어! 아이의 눈물이 보상받지 못한 채로 남게 됐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거야. 그 눈물은 보상받아야 해(주 2).


하나의 원리를 내세우며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참혹한 고통을 당하는 어린아이를 보며 무어라 말해야 하겠습니까?

설령 설명할 있다 해도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

"심은 대로 거둔다."

이 같은 이치와 원리들은 '자연'에서는 틀림없이 작동합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악마에게서 천사가, 천사에게서 악마가 나오는 것을 우리는 직접 보지 않았나요?

사마천의 글만 봐도 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 세상에서 자연의 원리와 법칙들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선을 따르려는 의지,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 도리와 덕목을 따르려는 인위적인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한,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자연의 원리가 그대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작게는 개인의 영역에서, 크게는 인류 전체의 영역에서.'라고 말이지요.


기독교인인 저는, 성경 속 하나님은 그런 세상을 만들라고 십계명과 율법을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법이 올바로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 때, 자연스레 자연의 이치와 원리대로 이루어진다.'

'내 말대로 살면 하늘에서 내 뜻이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이죠.

저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 하나 바로 세워보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말을 빌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하늘의 도가 옳은 것입니까, 그른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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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사마천, <사기 열전>, 2021, 민음사

주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202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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