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Dec 18. 2023

책을 왜 읽으세요?

조위 < 독서당을 세운 뜻 >

'책을 왜 읽어요?'라고 묻는다면?


“큰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가시나무, 소태나무, 녹나무, 예덕나무처럼 좋은 나무를 수십 년에서 백 년 동안 미리 길러서 반드시 하늘까지 닿고 골짜기 위로 솟을 때까지 자라기를 기다린 뒤에야 기둥과 서까래로 쓰는 법이다. (중략)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 뛰어난 인재를 미리 기르는 것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이것이 독서당을 세운 이유이다.(중략)
성인의 도는 옛글에 다 실려 있다. 경전의 심오한 의리와 역사서의 같고 다른 사실, 폭넓은 제자백가를 반드시 두루 망라해야 한다. 그 흐름을 섭렵하여 그 정수를 모으고 그 전체를 보고 그 요점을 찾아내어 극도로 방대하면서도 핵심으로 돌아온 뒤에야 심오한 경지에 나아가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중략)
그리하지 않고서 한갓 껍데기만 주워 외울 거리로 삼고, 화려하게 꾸미는 솜씨로 음률을 갖춘 글을 지어 세상에 과시하고 세속을 현혹한다면, 조정에서 선비를 양성하는 뜻이 아니다. 아! 학문의 효과는 변화를 귀하게 여긴다.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고도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고, 내일 한 권의 책을 읽고서도 또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엇하겠는가(주 1)?”


세종은 뛰어난 인재를 선발해 휴가를 주고 마음껏 독서하도록 하는 '사가독서제'를 실시했다. 세조 때 잠깐 폐지되기는 하였으나, 성종 때 다시 부활되었다. 조위는 사가독서에 선발되어 인왕산 기슭에 있는 장의사에게 독서를 했는데, 사가독서를 위한 공간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성종에게 건의를 드린다. 성종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버려진 사찰을 수리하여 '독서당'이라는 편액을 내렸는데, 이 글은 독서당의 '기문'(주 2)으로 쓰인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렇게 말한다.

'올바른 독서는 참다운 책을 진실한 영혼으로 읽는 것이다(주 3).'


소로의 말이나 조위의 말이나 같은 맥락이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참다운 책'을 읽는 것인데, 그것을 읽음으로 사람이 변화되는 것에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조위는 성현의 도가 담긴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소로가 말하는 참다운 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류의 역사, 그 오랜 세월 동안 가치가 증명되어 온 지혜가 담긴 고전을 말하는 것 같다. 조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학문의 효과는 변화를 귀하게 여긴다. 오늘 한 권의 책을  읽고도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고, 내일 한 권의 책을 읽고서도 또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엇하겠는가?'


나는 책을 귀하게 생각하고 여러 해를 쉬지 않고 읽어 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변명하고 핑계를 댄다.

두려움과 불안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보상을 얻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줄 알면서도, 얻고 싶은 것만 바랄 뿐,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과 훈련을 게을리한다.

자신의 주인으로 살라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보이는 것 이면을 살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표면만 보고 성급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린다.

매 순간의 선택이 자신의 실존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의와 안락을 위해 쉬운 것을 선택한다.

복과 화가 같은 곳에 있고,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희일비한다.

책을 읽었어도 변함이 없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코칭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항목을 찾고 있다.

양서를 찾아 읽고, 독서 멤버들과 내용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삶에 적용하고, 해야할 것을 루틴에 넣어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하나둘씩 점검하고, 깨지면서, 삶을 조금씩 수정해가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점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은 나를 변화시키고 나를 이롭게 한다.

그리고 변한 나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다.


---------------------------------------------------------------------------------------------------------------------------

주 1) 권근 외, <한국 산문선 2>, 2017, 민음사

주 2) 기문(記文) : 하나의 건물이 창건되거나 크게 수리를 할 때 그 내력과 뜻을 밝혀두는 글.

주 3) 헨리 데이빗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23, 오래된미래

---------------------------------------------------------------------------------------------------------------------------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목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전 01화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투쟁을 하는 당신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