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Dec 14. 2023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투쟁을 하는 당신에게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훌륭하고 무서운 시련, 약자들은 거기서 비루해져서 나오고 강자들은 거기서 숭고해져서 나온다.
운명이 파렴치한이나 반신(半神)을 갖고 싶을 때마다 사람을 던져 넣는 도가니.
왜냐하면 작은 투쟁들 속에서 많은 위대한 행위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궁핍과 치욕들의 피할 수 없는 침입에 대하여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저항하는 남모를 끈덕진 용맹들이 있다.
아무 눈도 보지 않고, 아무 명성도 얻지 않고, 아무 갈채도 받지 않는 고결하고 은밀한 승리들, 실생활, 불행, 고립, 고독, 빈곤은 그들의 영웅을 가지고 있는 싸움터들인데, 이 영웅들은 때로는 고명한 영웅들보다 더 위대한 무명의 영웅들이다.
견실하고도 희귀한 성격들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거의 언제나 계모인 빈궁은 때로는 어머니고, 궁핍은 얼과 정신의 힘을 낳고, 궁박은 자존심의 유모며, 불행은 관대한 마음들에 좋은 젖이다(주).


내가 좋아하는 작가, 빅토르 위고.

그러나 그의 책을 읽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의 문체는 정말 길다.

어떤 것은 한 페이지 전체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문장을 길게 쓰는 거야?'

이유는 그가 우상처럼 숭배한 한 인물 때문이다.

그 이름하여 '샤토브리앙', 만년체의 대가다.

'샤토브리앙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빅토르 위고는 이런 포부를 품고 있었다.

뭐, 문장이 길면 어떤가.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격동하게 하는데.

책을 읽은 지 4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 받은 감동은 여전히 내 맘을 울렁이게 한다.


이 구절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중에 「마리우스」 편에 등장한다.

이 글이 나를 울리는 것은, 아무 보잘것없는 나의 투쟁을 위대한 것으로 예찬하며 격려해 주기 때문이다.

작은 투쟁 속에 위대한 행위들이 이루어진단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런 명성도 얻지 못하고, 아무 갈채도 받지 못하지만,

좌절과 절망, 조롱과 비난, 허무와 어둠에 맞서 저항하는 고독한 싸움을 끈덕진 용맹이라고,

'고결'하다고 칭송해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인정하고 알아주는 고명한 영웅들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고 치켜세워주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좌절했던 시절,

무엇하나 이루지 못했다고 비관했던 시절,

벌레만도 못한 인생이라고 자포자기했던 시절,

나를 일으켜준 '수탉' 선생님,

그리고 또 하나의 문장.

'훌륭하고 무서운 시련, 약자들은 거기서 비루해져서 나오고, 강자들은 거기서 숭고해져서 나온다.'


나는 이 문장을 너무나 좋아한다.

매일 5km를 뛰면서 수없이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을 마음과 힘을 준 문장.


문장에는 힘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인생을 일으켜 위대한 영웅으로, 반신(半神)으로 만들어준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나는 빅토르 위고의 이 문장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숭고한 사람이 되시라고.


---------------------------------------------------------------------------------------------------------------------------

주) 빅토르 위고, < 레 미제라블 3 >, 2019, 민음사

---------------------------------------------------------------------------------------------------------------------------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