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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담 Dec 27. 2023

'모자람'의 미학

시골개 이야기 3

우리 진풍이는 '추적술'의 대가다.


내 눈에 볼 때는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냄새를 맡고는 어딘가로 열심히 향한다.

의심스러운 곳에 도착하면 주변을 샅샅이 탐색하고는, 결국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낸다.

역시 사냥개의 핏줄이다.

그런데 뭘 발견한 걸까?


한 번은 수풀 더미로 뛰어들어가길래 뭐가 있나 싶었는데,  두 마리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꿩 냄새를 맡을 줄 안다고?'

길가를 지나다가 산 쪽을 바라보며 냄새를 맡고는 유심히 쳐다본다.

조금 있으니 고라니 한 마리가 수풀에 숨어있다가 뛰쳐나간다.

어떤 때는 수풀에 가려진 땅을 이리저리 파헤치더니, 땅에 난 조그만 구멍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코를 처박고 열심히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었다.

땅에 사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냄새로 찾아내다니, '역시' 사냥개다.


진풍이가 특히나 흥분하는 것은 고양이 냄새를 맡았을 때다.

그때는 최고조의 흥분 상태에 이르고, 초집중 모드로 들어간다.

온몸의 근육이 팽창하고, 맥박은 빠르게 뛰고, 동공은 확장되며, 코는 씩씩거리고, 입에서는 게거품이 인다.

개들은 고양이만 보면 왜 저렇게 흥분하는 걸까?


한 번은 진풍이를 피해 급하게 도망을 가던 고양이가, 그만 밭 주위에 쳐놓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일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지 못했는데, 진풍이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뛰쳐나가길래 뭔가 봤더니,

그물에 걸린 고양이가 앙칼진 소리를 내며 죽기 살기로 진풍이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순식간이었다.

급하게 진풍이를 끌어내기는 했는데, 여전히 고양이는 그물에서 버둥거리고 있었고,

진풍이의 왼쪽 눈 주변에는 고양이 발톱에 할퀸 상처들이 나있었다.


고양이가 독사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독사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고양이의 눈에는 독사의 빠른 움직임도 슬로 모션으로 보인다고 하니, 엄청난 동체 시력이다.

몸놀림도 신기에 가깝다.

동영상을 찾아보면, 고양이 앞의 독사들이 '냥펀치'에 맞은 뒤, 경건한 자세로 참회하고 있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에 살 때는 고양이 두어 마리를 키우면 독사 문제는 바로 해결된다고 할 정도니, 고양이의 위대함을 실감할 수 있다.


진풍이의 왼쪽 눈 주위에 상처가 났다는 것은, 고양이가 죽기 살기로 왼쪽 눈을 노렸다는 소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풍이는 그걸 가까스로 다 피해내면서 끈덕지게 고양이와 대치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새삼스레 놀라게 되었다.

'냥펀치에 필적하는 반응 속도과 몸놀림을 가지고 있다고?'

'더구나 날카로운 고양이 발톱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렇게 집요하게 싸웠다고?'

그런데 내가 받은 느낌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고양이를 데리고 장난치는 것이었다.

'오~~역시는 역시, 사냥개는 사냥개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가까운 밭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우리 진풍이,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쳐다보고 가고 있다.

난 또 갑자기 뛰어나갈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전혀 모르고 있다.

평소에도 좀 맹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비닐봉지를 보고 뛰어가지를 않나, 개구리를 잡으려다 미끄러져 넘어지지를 않나,

똥이 떨어지지 않으니 그걸 떼어내려고 여러 번 같은 자세를 잡고 끙끙 거리 지를 않나...


참, 진풍이 매력 있다!

약간 모자란 '견미'가 느껴져서...

역시 사람이건 개건 좀 모자라야 사랑스러운 거지, 암,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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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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