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곡자 >에서 찾은 '말의 기술'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용'하니 떠오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예전 문화유산 기행을 다닐 때, 그 크기와 화려함에 매료되었던 '영암 도갑사 도선국사·수미선사비'의 '운룡문(雲龍紋)'입니다.
마치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힘차게 승천하는 듯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그 '운룡문'의 용처럼, 올 한 해는 우리 모두 지난해의 모든 아픔과 역경을 딛고 새롭게 웅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새해를 맞았는데 뭔가 덕담이라도 건네야 하지 않을까요?
덕담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것이 있어 준비해 보았습니다.
바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말'에 대한 지혜입니다.
내용은 『귀곡자』에서 가져온 것인데,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중국 전국시대의 '종횡가' 혹은 '유세가'로 불렸던 '귀곡 선생'의 가르침을 엮어 놓은 책입니다. 그중에 말에 관한 부분이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대화할 때는 박식함에 의지해 말해야 하고,
우둔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명확한 판단에 의지해 말해야 하며,
판단을 잘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요점을 집어서 말해야 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과 대화할 때는 기세에 의지해 당당하게 말해야 하며,
부유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고상함에 의지해 말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이익에 의지해 말해야 하고,
천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겸손함에 의지해 말해야 하고,
용감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과감함에 의지해 말해야 하며,
어리석은 사람과 대화할 때는 마음을 단단히 차려 결연함에 의지해 말해야 한다(주).
사실 오래된 글이기도 하고, 다소 해석이 난해한 면이 있어, 그 심오한 뜻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저의 해석을 한번 덧붙여 보았습니다. 저보다 폭넓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소유하신 독자분들께서 직접 해석해 보시면, 보다 깊은 통찰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 지혜로운 사람은 이치에 밝고 사리분별이 명확하니, 어설픈 지식이나 고루하고 미천한 판단력으로는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다. 세상이 돌아가는 정세를 밝히 보는 지혜와 박식함으로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2. 우둔한 사람은 사리판단과 이치에 어두운 면이 있으므로, 어렵고 복잡한 정세와 상황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의 인정을 받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
3. 판단을 잘하는 사람은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신속하게 파악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요점을 집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지위가 높은 사람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의를 그르치고 나라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내놓는 책략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확신에 찬 눈빛과 당당한 자세, 확고한 말투로 말해야 한다.
5. 부유한 사람은 이미 많은 재물을 갖고 있으니 이익에 기대어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러니 고상함에 의지하여 사람의 도리와 이치를 밝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6. 가난한 사람은 고상한 무엇에 마음이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익)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올바른 방법이다.
7. 천한(신분이 낮은) 사람은 겸손하게 대하여 상대를 높여주면 감동을 받고 마음을 움직인다.
8. 용감한 사람은 굳세고 과감한 말투로 설득하여 행동에 나서게 한다.
9. 어리석은 사람은 밝히 알아듣지 못하고 둔하니, 확고한 말투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 처세술의 달인이 전해주는 지혜인만큼, 곱씹어 삶에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도 씨앗처럼 심는 것이라는데, 지혜로운 말을 심어 뜻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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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장석만 역, <귀곡자>, 2021, 자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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