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세요! 가보지도 않은 길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데, 이것저것 재고 판단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짝사랑하는 여중생이 있었다. 당시 부천에 살았던 나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새침데기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 기타를 배우자!'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무작정 기타를 사러 부천 지하상가로 향했다. 3만 원짜리 싸구려 기타였지만, 숭고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매일 혼자 기타를 안고 연습했다. C, G, D 코드...E, A, B7 코드...
그렇게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도록 연습한 어느 날,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기타를 한 번 쳐보라고 하신다. '쿵쾅쿵쾅'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손가락은 덜덜 떨렸다. 하지만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던 순간인가! 기타를 넘겨받고 모기만 한 소리로 자신 없게 반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기타 연주자의 자리는 점점 익숙해졌고, 원래 기타 반주를 하시던 선생님을 대신해 한 두 곡씩,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의 자리를 넘겨받게 되었다. 게다가 어른 예배에까지 반주자로 서게 되었다.
그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나는 사람들이 왜 웃는지도 몰랐다. 원래는 선생님 한 분이 찬양⁎을 인도하셨는데, 그날만큼은 나를 옆에 세우시고 기타를 치라고 하신 것이다. 나를 무척이나 아끼셨던 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나를 세우고 보여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성공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대스타가 되었다!
왜 그랬냐고?
보통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멜빵을 대각선으로 멘다. 왼쪽 어깨에서 등을 따라 오른쪽 허리 쪽으로 둘러 메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긴장한 탓에, 고깃집의 부직포 앞치마 마냥 멜빵을 목에다 걸고 기타를 쳤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깔깔거리고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옆에 계신 선생님은 말씀도 안 해 주시고, 자기도 함께 깔깔대면서 노래하고 계신다. 덕분에 그날 오후는 웃음이 빵빵 터지는 유쾌한 시간이 되었다.
짝사랑은 어떻게 됐냐고?
허무하게도 1년 만에 그녀는 다른 교회로 떠나갔다. 아~,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기타를 연마했던가! 그러나 그때의 경험 덕에 오랜 시간 기타를 치면서 찬양단의 리더로 활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