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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

by 긴기다림

송나라의 장자가 배를 타고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디선가 나타난 배가 장자의 배에 부딪혔습니다. 장자는 깜짝 놀랐고 상대의 배를 향해 큰 소리로 나무랐습니다. 부정적인 말을 계속 퍼부었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상대 배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순간 마음의 노여움은 사라지고 괜스레 멋쩍어졌습니다. 그 배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아도 그 배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놀란 마음과 명상을 멈추게 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배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속의 화는 사그라들었습니다. 결국 부딪힌 배로 인해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화가 난 것입니다. 장자를 화나게 한 것은 배가 아니라 자신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생각하는 배의 주인이었습니다. 상대 배의 주인이 없다면 그 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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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화가 날 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는 나를 해하려고 그런 것인지 말입니다. 내가 상대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날 때라도 상대는 나에게 해를 입히려고 그런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나의 배에 부딪힌 배의 주인이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상대가 나를 해하려는 의도가 없는 말과 행동에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주인 없는 배에 삿대질하고 질책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의 행동과 말은 나를 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상대를 주인 없는 배로 생각해야 합니다. 주인 없는 배가 내 배에 부딪혔을 때의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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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거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내 배에 내가 타고 있지 않으면 상대의 부정적인 대응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배에 태우지 않는 나는 ‘상대에 대한 미움’ ‘상대에 대한 응징’ 같은 마음입니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것은 내 배에 내가 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타지 않은 나의 배는 빈 배와 같습니다. 빈 배가 다른 배와 부딪히면 부딪힌 배의 주인이 빈 배를 향해 크게 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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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로 인해 내가 화가 날 때도 상대의 의도 없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상대에게도 부정적인 의도를 갖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나의 배와 남의 배 모두 주인이 타고 있지 않다면 감정 대 감정이 부딪혀 배가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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