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3시간 40분 정도 달렸습니다. 10월 춘천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춘천 마라톤의 목표는 완주입니다. 처음 풀코스라 걱정은 되지만 완주하리라 생각합니다. 마라톤 준비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 않기에 6시간 정도 걷지 않고 뛸 수 있으면 완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제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하려 합니다.
목표가 기록이 아니라 완주이기에 무리하지 않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처음 경험하는 거리와 시간이 힘듭니다. 3시간이 넘으니 급격히 힘이 듭니다. 걷고 싶고,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럴 때는 ‘걷지만 말자, 느리게라도 뛰자’고 속말을 합니다. 이런 되내임에도 남은 거리가 떠오르면 힘들어집니다. 남은 거리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뛰고 있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그래야만 멈추지 않습니다.
집에 들어와 물을 마시고 샤워를 하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달릴 때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데 마치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집니다. 힘든 상황을 견디며 성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지만 잘 쉬면 회복되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경험은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마라톤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달리면 그렇게 힘든데도 마치면 뿌듯합니다.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듭니다. 최근 들어 2시간 이상 달린 횟수가 늘면서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일상의 작은 성취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합니다. 새로운 도전은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을 성장하게 합니다.
마라톤 연습과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난해한 시나 철학책을 읽을 때는 마라톤을 연습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어떤 책은 한쪽 읽기가 힘이 듭니다. 정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여지없이 이해를 위한 열차는 탈선합니다. 그러면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살짝 실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책들만 읽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난해한 책도 마라톤과 같이 단련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나 싶습니다.
삶의 원리는 단순하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깊숙이 숨겨 놓아 찾기 힘듭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물상자를 열기가 만만치 않으면 보물을 포기하고 돌아서게 됩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문장이 단순한 것이지 평생 실천하고자 하면 만만치 않습니다.
마라톤이나 난해한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걷기나 쉬운 책으로도 성장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힘든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이 있는 듯합니다. 철인 3종 경기, 뚜르 드 프랑스, 울트라 마라톤에 열광하는 사람을 보면 극한의 고통을 통찰의 기회로 삼으려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의 마라톤이나 읽는 책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경험치를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힘든 과정을 지나고 난 후의 희열, 이것도 어느 정도 중독의 영역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을 해치는 중독이 아니기에 크게 경계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준비를 잘해서 완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