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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원리

by 긴기다림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끝이 없기에 지식의 양으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배움의 원리일 것입니다.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원리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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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습관으로 가능합니다. 습관이 되면 배움은 익숙함을 지나 능숙함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능숙함은 일반적인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오르게 합니다. 경지에 오른 사람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마스터, 그루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문가, 마스터, 그루에 관한 연구는 많습니다. 엔더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법칙’, 엔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습관에 관계된 연구도 무수히 많습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류의 조건’에서 숙달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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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첫째, 훔치는 힘은 특정 영역의 전문가가 실행한 방법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의 방법을 찾아 집중적으로 실천합니다. 전문가도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찾은 방법을 오랜 기간 반복하여 경지에 올랐을 것입니다. 전문가가 찾아서 실천한 방법을 따라 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효율이 높지 않은 방법으로 실행하다 반복에 지쳐 포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훔치는 방법은 대가들의 말과 글을 찾아 생각하고, 실천합니다. 대가들의 흔적은 말과 글로 남습니다. 대가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이 선택한 방법을 따라 하는 것이 숙달에 이르는 길입니다.


둘째, 요약하는 힘입니다. 핵심만 적은 설명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뇌도 장기 기억을 위해서는 강한 감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비법은 한 줄로 표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무도 진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따라 할 수 없습니다. 특정 철학책이나 시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대가들의 비법, 삶의 지혜는 단순하지만 단순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포함된 이야기여야 합니다. 아닌 것들을 확인하면서 지루한 과정, 실패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깊은 감정과 사색이 생깁니다. 깊은 감정과 사색을 통해 삶의 지혜가 모습을 갖춥니다. 비법과 지혜가 한 줄로 표현될 수는 있지만 과정을 알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요약하는 능력입니다. 대가들의 많은 경험에서 중요한 것을 건져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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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심문장을 위해 여러 개의 보조문장이 필요합니다. 주연의 스토리를 위해 많은 조연이 필요합니다. 배움에서는 중심문장과 주연의 스토리라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요약하는 능력입니다. 주연과 조연의 연기에서 지혜를 잡아내는 능력이 요약하는 힘입니다. 요약은 핵심을 찾아 집중하는 방법입니다. 대가의 말과 글, 작품의 표현에서 잔가지를 치고 주가지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요약하는 힘입니다.



셋째, 추진하는 힘입니다. 생각이 없으면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지만 생각만 한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오감으로 파악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인간이 느끼는 대상은 구체물입니다. 생각이 구체물(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육체적 실행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담고 있는 실천이 있어야 구체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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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하는 힘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힘입니다. 손, 발을 움직여 외부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새기게 하는 것이 추진하는 힘입니다. 생각을 머리에서 밀어내 세상 밖으로 표출하는 힘입니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에 계속될수록 몸과 마음에 저항이 생깁니다. 이러한 저항을 이겨내고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 이것이 추진하는 힘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의 답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는 원리, 숙달에 도달하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에 있습니다. 이 원리가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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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가정에서의 경험이 삶의 지혜에 닿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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