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지위, 돈의 욕구는 인내와 절제 없이는 일시적으로 도달할 수는 있지만 지켜내기 어렵습니다. 일을 이루려면 인내와 절제가 필요합니다. 놀고 싶지만 앉아 있게 하는 힘, 더 먹고 싶지만 숟가락을 놓게 하는 힘, 움직이고 싶지 않지만 밖에 나가 걷게 하는 힘 등이 인내와 절제의 힘입니다.
때로는 과도한 인내와 절제가 의지의 불씨를 끄기도 합니다. 인내와 절제도 계속되면 관성과 가속력이 생깁니다. 관성과 가속력은 의지를 소진하게 합니다. 인내와 절제 없이는 멀리 가지 못하고, 인내와 절제가 과도하면 의지가 무뎌집니다. 인내와 절제의 적정한 수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미즈노 남보쿠의 ‘소식주의자’를 읽고 있습니다. 숙소 조식 뷔페에서 음식을 가져다 먹고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데 조식 뷔페에 대한 추억이 있어 신청해서 먹고 있었습니다. 딸이 말합니다. “소식주의자 책을 읽는 데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제 책을 잠깐 보고 있던 딸이 자신과 제게 한 말입니다. 겸연쩍은 순간입니다. 먹으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별다른 말은 안 했지만 지식이라는 것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식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나약함을 탓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지식이 행동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인내와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기게 됩니다.
건강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더 신경 쓰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갑니다. 이런 경험이 많아 이제는 주기적으로 건강에 관한 책을 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인내와 절제가 무기력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인내와 절제를 불러 내야 합니다. 관련한 책을 다시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인내와 절제가 다시 작동하도록 충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식주의자’라는 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 음식에 대한 욕심이 살아나는 것을 보고는 배움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의 원리’ ‘인생의 지혜’ ‘통찰’를 얻기 위해 명상이나 벽면수행만이 길이 아님을 배웁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길을 가면서 어디에서든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삶의 모든 장면이 수련장입니다. 자신의 일에서 인내와 절제로 정진하는 것, 그것이 ‘삶의 지혜’ ‘통찰’을 얻는 과정일 것입니다.
원래의 습관으로 회귀하는 힘은 강합니다. 사람의 본능에 회귀하는 힘은 더 강합니다. 사람의 본능과 습관을 이기려면 인내와 절제가 함께 해야 합니다. 인내와 절제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집니다. 인내와 절제도 충전이 필요합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내와 절제를 충전하는 데 많은 글귀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의지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게 하는 바람이면 충분합니다. 의지가 소진될 때를 위해 인내와 절제를 살리는 문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배 속에 음식을 가득 쑤셔 넣은 새는 멀리 날 수도 없고 높이 날 수도 없습니다”
[미즈노 남보쿠(2022), 소식주의자, 사이몬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