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건강을 위해 빵을 끊었습니다. 워낙 빵을 좋아해서 끊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큰맘 먹고 한 달 전부터 빵을 입에 데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음식 습관을 끊을 때 치팅데이를 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뇌가 지금까지 행동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에 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을 말합니다. 갑자기 빵을 끊게 되면 우리 뇌는 관성대로 빵을 먹도록 유혹합니다. 뇌가 끊는다고 판단하면 강하게 반항합니다. 빵을 먹도록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선에서 하지 않으려 하는 행동을 한 번 하면 우리 뇌는 안심합니다. ‘끊으려는 것이 아닌가 보네’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방어기제를 풉니다. 이런 원리로 치팅데이를 사용합니다.
치팅데이는 끊으려는 음식 습관을 이루기 위한 과학적 접근입니다. 의도대로 해피엔딩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해오던 행동을 안 하니 갑작스레 욕구가 솟구칩니다. 이럴 때는 참기가 어렵습니다. 몇 번을 거듭해 의지를 불러오지만 참기가 힘듭니다. 그러다가 못이겠다 싶으면 슬쩍 치팅데이를 불러들입니다. 중간에 한 번쯤 먹어줘야 뇌의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분을 찾습니다. 끊었던 음식을 먹습니다. 예전의 그 맛이 온몸에 퍼지고 맛을 그리워하던 모든 세포가 깨어납니다. 한 번으로 끝내려 했지만 치팅데이니까 오늘 하루로 시간을 연장합니다. 오늘 하루 내내 지금까지 자제했던 음식을 마구 삼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입니다. 한 달 전부터 먹지 않던 빵을 먹게 됐습니다. 하나만 먹자고 생각했습니다. 치팅데이도 있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사실 저는 치팅데이 이런 것을 잘하지 않습니다. 성향상 안 먹거나 많이 먹거나 하기에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하는 것이 잘 안 됩니다. 이런 이유로 먹는 것을 절제할 때는 치팅데이 없이 그냥 끊습니다.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빵이 잔뜩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인내력을 발휘하여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먹지 않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있는 빵을 보자 하루 동안 참아왔던 것이 무너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빵을 먹었습니다. 하나를 먹고 나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나를 더 먹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를 집어 먹었습니다.
시간이 후회가 됐습니다. 치팅데이를 마음속에 떠 올려 보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어느 선에서 생각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떠 올렸습니다. “하다가 못 하는 날이 있을 수 있다. 이때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하면 된다. 다시 하면 지금까지 했던 것이 그대로 남아서 앞으로의 길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떠 올리며 ‘다시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음식을 조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즐겨 먹던 음식과의 이별은 음식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감당됐던 음식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즐거운 것들과 하나씩 이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나쁜 것이니 끊어 내는 것이 맞지만 기분 좋은 생각이 묻어 있는 음식은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달 넘게 빵을 끊었고 어제는 빵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지났고 오늘이 시작됐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빵을 먹지 않으려 합니다. 빵 끊은 지 하루가 하니라 어제 빼고 그전부터의 날을 포함해서 빵 끊은 날로 마음에 다시 세팅했습니다.
한 달 끊고 하루를 먹었다고 한 달을 굳이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다음부터 다시 끊는다면 하루만 지워도 충분합니다. 마음에 자책을 느낄 필요까지 없습니다. 그런 일이야 언제든지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 그뿐입니다. 다음에도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강박은 옥죄는 마음을 부릅니다. 마음이 옥죄지면 한 발을 내딛기 어렵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그렇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놔두려 합니다.
건강을 지키려는 프리 사이즈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