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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

by 긴기다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시행에 해당국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있다. 보복 관세에 다시 대응하는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한다. TSMC를 비롯한 기업들은 미국에 큰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것이 관세의 힘이라고 자찬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경제적인 논리로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크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국을 견제하여 단일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다른 나라에 압박을 가한 후 자국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하기 위함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세수 확보의 방안이다. 1기 트럼프 정부가 시행했던 정책 기류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트럼프 정부도 관세 정책이 득만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외형상으로는 미국을 위한 것이지만 안으로는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것일 수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관세는 어느 정도 전쟁 행위”라며, 시간이 지나면 관세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되며,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의 부채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3년 이내에 ‘경제적 심장마비’와 같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즉각적인 재정적자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구매할 투자가가 부족해지면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가치가 하락한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용이 떨어지면 막대한 미국 국채 상환에 차질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미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기관을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관세를 사용하지만 이는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1985년 일본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가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2020년대 이전은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중국·베트남의 저비용 생산과 글로벌 물류 체인이 촘촘히 짜져 있기에 물가 상승이 억제됐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코로나 팬데믹, 공급망 문제, 전쟁 등으로 인해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협상을 위한 선제적 압박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상대국의 관세 대응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것이든 관세는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의 지출 부담을 늘린다. 이는 잠잠해지려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3년간 인풀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가계와 기업 상황을 악화시켰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고금리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경제는 버티기 어렵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큰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뒤꿈치를 들고 서 있는 자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다리를 크게 벌려 걷는 자는 오래 걸을 수 없다”고 했다. 일방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힘이 있어도 하지 않았던 것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겠지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지켜지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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