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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맛집의 운명은?

by 긴기다림


맛집으로 소문난 집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웨이팅은 기본이고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한참을 기다려 음식을 입에 넣는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맛있다. 맛은 만족스럽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직원의 태도 때문이다.


식사 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르거나 벨을 누른다. 한 번에 오는 경우는 적다. 몇 번을 누르거나 불러야 온다. 손님이 많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는 순간 일부러 외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번 이상 부르거나 벨을 누르면 괜스레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다가 포기한다.


추가 반찬을 요구할 때 불편할 때가 있다. 셀프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추가 반찬을 요구해야 가져다주는 식당에서 불러도 오지 않는다. 반찬 그릇이 다 비었고 밥은 많이 남았는데도 어떤 것을 더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다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한두 개만 주문할 때도 있다. 반찬이 비면 알아서 더 주거나, 반찬이 더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중국집을 갔다. 지인과 음식을 시켜 먹고 있었다. 요리를 몇 가지 시켰는데 소스가 달라 개인 접시 하나로 먹자니 소소가 섞였다. 원래 음식 맛과는 다른 맛이 났다. 새 요리를 시켜도 새 접시를 주지 않는다. 접시를 추가로 주문하니 내 온다. 빨리 달라고 할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을 둘러봤다. 요리가 두 개 이상인데 개인 접시 하나로 먹는 테이블이 거의 다였다. 접시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 테이블이 대부분이었고 일하는 분은 추가로 접시를 내주지 않았다. 맛집으로 소문났고 장사 경험도 많을 텐데 요리마다 개인 접시를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모를까? 맛이 섞이지 않고, 제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음식을 내는 사람의 바람이지 않을까?


고추짜장을 식사로 주문했다. 추천 메뉴 중 하나다. 젓가락으로 비비기가 어려웠다. 그릇이 좀 더 크거나 집게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지인들도 어렵게 비비며 먹었다. 잘 비벼지지 않는데 왜 개선하려 하지 않을까?

‘음식점이 맛있으면 됐지 다른 것까지 신경 쓰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라고 생각할까? 손님들이 너무 많아 과부하로 에너지가 없어서 그럴까?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 같은데 서비스를 이렇게 방치해도 맛집이니 손님들은 계속 올 것이라는 자신감인가?


유명 맛집을 가보면 서비스가 좋지 않아 다시 찾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맛과 친절은 함께할 수 없는 덕목인지 궁금하다.


음식점은 경쟁이 치열해 폐업률이 높다. 우리나라 음식점의 5년 생존율은 약 20%이다. 10곳 중 8곳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1년에 16% 정도 폐업하는 데 맛만 있으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을까?


손님이 떠나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상가 주변에 살고 있어 상가 밀집 지역을 몇 년 동안 산책코스로 삼아 거의 매일을 봤다. 몇 년간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음식점은 많지 않았다. 유명한 프랜차이즈로 입성해서 1년간 손님들이 북적였는데 조금씩 손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다른 점포가 들어왔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손님이 많으면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음식점이니 음식이 맛있을 확률이 높다. 음식점이 음식만 맛있으면 계속 잘 될까? 음식점에 대한 선호는 음식 맛에만 있지 않다. 분위기, 태도 등등이 어우러진다. 지금은 맛이 사람들을 붙잡아 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균열이 생긴다. 작은 균열이 지금은 대수롭지 않겠지만 어느 수위에 이르면 균열은 커지고 결국 무너진다.


초심까지 들먹이는 것은 과하겠지만 음식점이라면 음식맛에 부정적인 것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눈에 맛보다 태도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태도가 맛을 해치지 않는 다른 맛집을 찾는다.

태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입을 닫은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안으로 쌓인다. 음식점이 음식으로만 승부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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