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아파트 1년 사이 O억 하락’이라는 기사를 자주 본다. 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시기에 따라 다르고 층과 위치에 따라 다른데 그런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동일 아파트 동일 평수만 맞추면 끝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데이터다. 서울 중심지도 아니고 수도권의 비싸지 않은 아파트가 1년에 O억이 빠졌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겠는가?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영한 IRP 1년 수익률이 30%라고 한다. 원금보장형은 4%, 위험자산 투자는 5%라고 한다. 워런버핏 수익률을 능가하는 수치다. AI가 대세라 모든 관심이 AI로 쏠린다고 하지만 이런 기사는 벗어난 감이 든다.
기사가 무서운 이유는 사실을 말하지만 전체적인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부분만 잘라서 보면 100%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아닌 경우가 많다. 아파트의 최첨단 공법, 차별화된 주거공간, 럭셔리한 커뮤니티에 관해 놀랍다는 듯이 얘기하지만 결국은 아파트 홍보다.
언론 매체가 광고료를 받아 운영하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떤 기사는 너무 치우쳐져 있어 독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기사는 팩트를 전제로 한다고 믿기에 판단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사에 실린 내용을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한다면 피해 입을 가능성도 있다.
겉모습만 대충 맞춘 비교를 통해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는 뉘앙스의 기사는 독자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지식과 정보에 의도가 담기면 그 지식과 정보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오염된 지식과 정보는 걸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나무를 그릴 때 나뭇잎을 녹색 하나로만 칠하지 않는다. 녹색이지만 그 안에는, 노랑, 주황, 파랑, 녹색, 검은색 등등 다양한 색들이 있다. 다양한 색들이 모여 전체적인 톤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 나뭇잎의 색이다. 하나의 색으로 나뭇잎을 표현하면 나뭇잎이 아니다. 나뭇잎은 녹색이라는 머릿속의 도식에 꿰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달팽이가 토끼보다 빠르다고 하면 무슨 궤변이냐 할 것이다. 그런데 토끼가 달리다 다리를 다쳐 잠시 멈춘 순간 움직이는 달팽이와 비교하면 달팽이가 빠르다. 달팽이는 움직이고 토끼가 멈춘 바로 그 시간에는 달팽이는 토끼보다 빠르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비유야 특정한 상황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기사에서는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관심 없는 사람이 동일 아파트, 동일 평수를 들먹이며 1년 사이 몇억이 떨어졌다고 하면 그 안에 다양한 셈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로보어드바이저가 30% 수익을 낸 특정 기간만 잘라 이야기하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가 언제나 고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독자를 위한 기사일까? 로보어드바이저투자 상품을 위한 기사일까?
어디를 어떻게 자르냐에 따라 팩트로 보이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기사를 막을 수는 없다. 막을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그런 기사를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이 갖춰야 한다.
위험할 수 있는 정보를 경계하는 것만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얻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 때로는 달팽이가 토끼보다 빠를 수 있지만 그 정보를 가지고 달팽이에게 베팅을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