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거실에 7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이 있다. 사진 속 남편 얼굴이 달덩이다. 친정엄마는 그 사진에 시선이 닿을 때마다 말한다.
"와! 김서방 얼굴 대빵만 하다. 사진관에 말해서 얼굴을 좀 깎아달라고 하면 안 되냐?"
"저거 공짜로 찍어준 거잖아. 차라리 다시 찍고 말지."
당시에 마음먹고 찍은 게 아니라, 남편이 증명사진을 찍은 사진관에서 왜인지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해서 공짜로 찍은 거였다.
사진 속 자기 모습이 충격이었는지 남편은 홈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가겠냐 싶었다. 실내자전거로 유산소운동을 하고 나서 플랭크, 크런치, 리버스크런치, 턱걸이, 스쾃 등 근력운동까지 1시간 반 정도의 루틴을 꾸준히 그리고 철저히 지키는 걸 보며 내심 놀랐다. 독하네? 담배 끊은 거에 이어 두 번째로 본 독한 모습이었다.
집에 덩치 큰 운동기구를 자꾸 들여놓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대신 거실에는 놓지 않는 것으로 타협하고 입을 다물었다. 노력의 결과로 남편은 7kg 정도를 감량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가로, 세로 길이가 비슷했던 얼굴이 살이 빠지니 확실히 세로로 긴 얼굴이 됐다. 운동을 해보니 여러 모로 좋다고 느꼈나 보다.
"너도 운동 좀 해. 필라테스 다녀봐."
"내가 그럴 여력이 어딨어. 퇴근하고 와서 다솜이(18세 몰티즈) 산책시키는 것만도 힘든데?"
나는 희한하게 출산 이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 됐다. 살도 잘 안 찌는데 굳이 돈 들여서 운동을 해야 하나 싶었다. 남들이 큰돈 들여 PT를 받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은근히 잦은 남편의 잔소리로 귓등으로 듣고 말았다.
그러던 3년 전 어느 날 나는 필라테스에서 후들후들함을 애써 감추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무려 회당 7~8만 원 꼴인 1:1 레슨을 끊었다. 내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왼쪽 어깨를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을 한켠으로 밀어놨다. 남편이 잘했다고 격려해 줘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처음엔 그룹레슨을 들었는데, 운동경력이 전무한 몸이라 몸의 어디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니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갔다. 진 빠지고 힘만 들었다. 아픈 어깨도 좀 낫고, 덤으로 체형도 예뻐지길 기대했는데, 이대로 가면 승모근만 우람하게 솟아오를 것 같았다.
그래서 개인레슨을 하게 된 것이다. 강사분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서 동작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나의 호흡에 맞춰 차분하게 진행되는 수업은 좋았다. 하고 나면 제대로 운동이 된 기분이었다. 이 타이밍에 드는 조금은 뻔한 생각. '비싼 값을 하네.'
이제는 운동에 몇 백씩 들이던 몇 명의 지인들이 이해가 됐다.
나의 기분 나쁜 어깨 통증은 라운드숄더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하기 얼마 전에 어깨가 너무 아파서 안마의자(내가 틈만 나면 들어가 있어서 남편이 '효둥지'라고 부른다.)도 장만했었다. 하고 나면 얼마간은 시원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은 못 되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등 근육을 기르니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졌다. 오랫동안 말려있던 어깨가 운동 조금 한다고 펴질 수는 없지만 등 근육을 강화하면서 어깨를 펼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마사지를 통한 이완이 필요한 부분은 등 쪽이 아니라 앞쪽 쇄골 주변이었다. 이 메커니즘을 깨닫는 데 무려 250만 원이 들었다. 운동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던 나에게는 큰돈이었지만 그래도 살면서 잘한 일 중에 하나로 꼽는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니 삶의 질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리고 힘든 동작을 하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고 잘 해내면 개운함과 함께 성취감이 생겨난다. 어느 정도 하다 보니 몸 쓰는 요령이 생겨서 시설이 더 쾌적하고 다양한 클래스가 있는 곳으로 옮겨 그룹레슨을 꾸준히 들었다.
그런데 각자 열심을 내던 우리의 운동이 갑자기 멈췄다. 남편이 1년째 아프다. 운동은 당연히 못 한다. 휴직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내 퇴근만 기다리는데, 운동 다녀온다고 하면 서운해한다.
"운동 가? 나도 운동하고 싶다."
안쓰러워서 나도 자기 관리를 잠시 미뤄두고 같이 도태되어 주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다시 '효둥지'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회사에서 일하다 어깨가 다시 스멀스멀 아프면, 안 되겠다 싶어 겨우 스스로 몸을 움직인다. 나는 홈트는 꾸준히 잘 안 되는 걸 보니 남편만큼 의지가 강하지는 못한가 보다. 남편이 나으면 다시 돈 들여서 운동을 해야겠다.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