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겨울이 찾아왔다.
2024.11.28. 새벽 1시 30분
11월 27일 매일 같이 가는 카페에서
이야기 한번 나눈 적은 없으나 얼굴이 익은 분들과 아주 짧은 첫눈을 보았다.
지난주엔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다녀왔다.
뜨거운 가을볕을 뿜어내던 9월의 가을과 달리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넘치는 완벽한 가을이었다.
웬걸, 숨바꼭질을 하다 겨울에 갑자기 들킨 듯하다.
“착각하지 마! 이제는 진짜로 겨울인 거 알겠지?”
하며 겨울은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말하고 갔다.
끈질기게도 겨울 사람이기에 코가 고드름처럼
꽁꽁 얼어 똑 떨어질 것 같아도,
뼛속까지 스미는 찬바람과
말도 안 되는 낮은 기온의 겨울일지언정.
겨울의 상쾌한 바람과 공기에 많이 지쳐 있던 생각과 몸을 깨워
애매한 ‘쉼’의 강박에 괴롭던 날
다시 일어나게 해 주었다.
여름에서 가을에 만난 많은 인연과도
함박눈처럼 포근 폭닥한 사이들이 되었다.
그리고 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일 년을 보내는 시간.
해파리가 겨울을 사랑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쌓였다.
입김을 내뿜으며 차가운 공기와 따듯한 공기의 맛을 보는 것. 따듯한 루이보스 티가 가득 담긴 티팟 등등
올해의 겨울 포인트는 연필과 겨울바람 냄새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연필, 항상 들리던 연필가게에서
연필의 향으로 가득 찬 코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섞여 형용할 수 없는 따듯한 향을 느꼈다.
언제 또 연필과 차디찬 겨울바람이 섞인 그 공기를 다시 맡을 수 있을까.
해파리도 얼어버릴 듯한 겨울이다.
이렇게 시작된 나만의 겨울에 연필로 이 글을 쓴다.
물론 엄청난 악필로.
올해의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흘러가갈 바라며☃️
2024.11.27-28.
해파리가 씀✏️ 득칠이 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