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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역한 오지랖에 섞어 보내는 위로는 꼭 분리해 버려주렴

2018년 6월 21일


한평생 무수한 걸 짓고 무너뜨렸을 네 손이 내 손에 정착한 것을 감사했다는 가사. 나는 과연 너에게 감사했을까, 너는 과연 나에게 감사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었던 것은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무너졌을까.


결국 우리는 하나의 통과점에 지나지 않게 되었지만, 역에 멈춰 섰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너와 난 정착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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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파하고 있을 그들에게. 아픔은 너의 것이 아니길. 너의 아픔은 너의 잘못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 너는 아파할까. 사람에 다치고 말에 찔리며 거세지 않은 바람에도 쉽사리 긁히는 너는 지금도 상처 입고 있을까.


어쩌면 그리도 여렸을까, 어쩌면 그리도 연약했을까. 유리와도 같은 투명함은, 보석과 같은 반짝임은 항상 쉽게 깨어지고 빛바램에 사람들은 슬퍼했고 그 찬란함은 순간과 함께 사라지기에, 너무나도 아름다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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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던 불이 사그라들고 내리던 비가 서서히 잦아들듯이 슬픔도, 그러나 기쁨도 모두 그러하리라.

기약할 수 없으나 언젠가 다시 너의 손이 짓게 될 무언가가 이번에는 너를 덜 아프게 하길 바란다. 아프지 않을 수도, 상처 받지 않을 수도 없음으로 아물기 힘든 깊숙한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고개를 들어 빛을 잃지 않은 눈으로 앞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너의 삶은 나로 인해 상처 받아서 부서져버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어온,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지었던 것들은 결국 손 틈을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이 변해 오늘도 흩날린다.


결국 마치 아주 예리한 칼과도 같은 것. 그 첨단에 찔리는 순간, 나의 일부가 되어 뽑아내면 나를 죽이는, 일상이자 죽음 같은 것. 마치 종이에 베인 것처럼. 그저 모른 채로 스윽 지나가 버리고, 아픔을 느끼는 것도 한 숨 늦은 채로 아픔이 스미는 것. 너는 얼마만큼 일찍 알아차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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