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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애절한 마음을 끓이던 불은 끝내 우리를 모두 태웠네.

2018년 6월 20일

금어초와 같은 너의 사랑, 아니 그것은 나의 사랑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에게 주었던 찬란하고 만개했던 꽃은 결국 추한 모양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랑은 계절처럼, 하지만 2월의 서른 번째 날처럼 찾아오고, 또 찾아오지 않는다. 너의 아름다운 꽃은 영원을, 영원하지 않더라도 긴 시간을 믿었던 걸까. ⠀⠀⠀⠀⠀⠀⠀ ⠀⠀⠀⠀⠀⠀⠀⠀⠀⠀⠀⠀⠀⠀⠀ ⠀⠀⠀⠀⠀⠀⠀ ⠀⠀⠀⠀⠀⠀⠀⠀⠀⠀⠀⠀⠀⠀⠀ ⠀

금어초는 피어있을 때는 아름답지만 시들면 마치 해골과 같은 형상으로 변한다. 하지만 다른 꽃이 시들어 떨어질 때의 아쉬움을 바라볼 새도 없이

스스로 만들 줄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으로 꽃의 아름다움은 끝나버린다. 결국 그 자리에는 꽃이 아닌 형상을 한 꽃이 놓이고, 마음 또한 사랑이지만, 사랑이 아닌 것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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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의 글에서 떠오르는 너, 그리고 너희들이 나를 보았을 때 느끼고 떠올랐던 감정과 생각을 내가 볼 수 있었다면 꽃이 시드는 것을, 추한 형으로 변하는 것을 조금, 혹은 지금까지라도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길 위에서, 익숙한 길의 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항상 어렴풋이 눈치채고 길을 걸었던 나를 네가 눈치챘었을까.


꽃을 준 것은 너의 마음인데 시들게 만든 것이 나의 생각들이라 아름다운 너에게는 이상하고 의아하게 보였겠지. 은연중에 느껴졌을 슬픔에 이제 공감할 수 있어 눈이 따갑다. 나는 언제까지 뒤에 서 걸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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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초의 꽃말인 탐욕은 결국 네가 준 꽃을 집어 삼킬정도로 큰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탐한 걸까. 너의 입술의 말이었을지, 반짝이는 눈이나 유려한 몸이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결국 나의 공허한 웅덩이는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고 더 깊어져 간다. 바닷물을 마시는 난파선의 조난자처럼, 눈을 가리고 나로 하여금 꾸며내어 더욱 달콤했을 단어들을 내뱉게 한 것은.


스스로도 진심을 모름으로 사랑은 결국 모래성이나 다름없었음을, 대리석으로 만든 튼튼한 건물이 되어도 결국 그 지반은 모래밭이었음에 오늘도 아린 마음이 든다.

 이런 나를 누구도 알 수 없음으로 네가 아닌 나의 금어초는 해골로 변해가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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