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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사실 재미 하나도 없었음

2018년 8월 28일

미워함은 썰물처럼 밀려와 나의 모래사장을 적셨다. 아주 축축하고 습한 마음들이 곳곳에 뿌려졌다. 일상의 해변을 거닐다가 문득 발에 닿는 모래가 이제는  이상 젖어있지 않음을 느끼며 새벽을 맞는다.


화상과도 같이 새겨진 것들은 매일 나와 함께 걷고 있다. 불편하지 않다. 옷을 입으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는 상흔은 오로지 나밖에   없는 위치에서  죽이고 있는다. 나의 생각들이 벗어지고 어디선가 불어왔는지 모를 감정이 솜털을 곤두세우는 것을 의식할 때에 상처가 문득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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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비가 내려 강가는 잠겼고 사랑이라는 얼음은 녹아버렸고, 다시 얼어버렸다. 강이 범람했기에 강가에 놓였던 것들은 사라져 흔적을 잃었다. 얼음이 녹아버렸기에  이상 얼음이라고 불릴  없을 것이고,  물은 다시 얼어버려 물이라고 불릴  없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잠기기 전의 강가, 녹아버리기 전의 얼음. 그리고 적셔지지 않았던 모래사장. 비유가 아닌 말들로 적어내기엔 너무나 적나라하고 서글퍼지는 이야기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는 없는 민낯과도 같이 흘러나오는 감정들, 아무리 손으로 막아보려 해도 결국 어디론가 흘러가는 물과 같은  생각과 감정을 멈출  없고, 이미 나라는 그릇 안에 담겨있기에 무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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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랜만에 사진을 보았을  느껴진  거리감이 너무나도 멀었고 이질적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수도 없이 보고 가까이했을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에 가슴이 무거웠다. 말도  된다고 생각했었던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실감했다. 그것은 내가 쉽게 접어두고 쉽게 서랍 속에 처박을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룰  없는 크기의, 모양을  것이었다. 나에게 달라붙었다 떨어지고 스며들고 빠져나가며 나의 어떤 것들을 가져가고  가져다주는 . 슬픔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나를  멋대로 움직이는 .  누구도 길들일  없는 . 감정마저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이지적이려 노력하는 영악한 인간인지.


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토픽을 찾고 싶지만 쉽지 않다. 가질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은 오늘도 계속되고,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싫증과 따분함은 나에게 죄의식을 준다.  쥐었다 놓쳐버린 무언가 들을 오늘도 두리번거린다. 주위를 살펴보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 파편이기에. 드문드문 글을  내려가도 너무나 많은 꾸러미가 생긴다.


그 퍼즐은 너무나도 많은 조각이 있기에 거의 맞춰진다고 느껴질 때 즈음 정신을 차려보면 내 손에는 남아 있는 조각이 없다. 어렴풋이 어떠한 그림인지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은 군데군데 빈 곳이 너무 많고, 그 조각들은 영영 찾을 수 없다. 그 빈자리는 또 어떠한 이야기였을까. 그것을 알 수 없음이 나를 또 생각에 잠기게 하며 슬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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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없다는 사실로 인해 기억은 빛날  있는 것이 되었지만. 궤도가 다른 별처럼 수평이 어긋난 선처럼 결국 만날  없을 것만 같다. 언젠간 서로를 발견할  없게 되겠지, 그때가 진정 잊히는 때일까. 문득 네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을 , 문득 나도 어떤 곳으로 걷고 있다는  네가 발견했을 . 아픈 곳은 머리일까 마음일까. 나는 마음일 것만 같다.


사람은 볼품없어지고, 사랑은 보잘것없어진  끝나버렸음에도 배보다 배꼽이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코를 막고 너를 들이켰던 것일지도.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던 이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찢어진 마음들이 나에게는 조금 연착된  같다. 나의 사랑은 그게 누구든  누군가보다 항상  발짝 늦기에 뒷모습을 보게 되는 일이 많다.


사랑은 나에게서 어떻게 떠나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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