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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좋은 비는 내가 집에 있을 때 내리는 비

2018년 10월 1일

구름이 많이  오늘, 잠실의 정류장에서 나는  있는 버스를 일부러 놓쳤다.


갈아타야 했던 버스는 내가 내린 버스와 같은 정류장에 한참을  있었다. 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같았으면 금방 정류장을 빠져나갈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버스를 놓치겠다고 마음먹은 오늘은 유난히도 버스가 정류장에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오늘의 나의 시간은 늘어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고무줄과 같은 것이었나. 아니면 모래사장의 발자국과 같은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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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생각했을까. 바람이 시원했기에, 햇볕이 강하게 들지 않았기에, 잠깐 멈춰있고 싶었기에.


나는  멈춰있고 싶었을까. 그렇게 빠르게 무언가를 지나치고 있지 않았음에도. 지나쳐 왔던 것들은 나의 곁에 멈춰있었나, 아니면 나와 같이 나를 지나치고 있었나.


나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나. 지금보단 이후의, 그렇지만 후일보다는 이전의. 머무르지 못하는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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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하지 않는 일들. 나에게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사랑. 특이함을 만들어내는 단어. 단조로움을 깨뜨리는 단어. 나를 완성시키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미에는 나를 산산이 부서지게 하는 .


'부서지다.'라는 단어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단단했던 것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다. 상대를 향한 마음이 단단해진 적이 없었기에. 평소에는 마음을 굳게 하는 것이, 일이 나에게는 없기에.


그러나 내가 부서지는 순간은 나조차 알지 못하는 때에 소나기와 같이 찾아오기에. 빗방울과  내음을 내가 눈치챘을 . 나는 비로소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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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마음을 가져가는 것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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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통과해 지나쳐간 혹자가, 귀하라고 잠시나마 불렸던 누군가 나에게 전해준 '눈사람'이라는 글귀.

나에게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이었나. 나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빼앗아가는 것.


그것은 마치 사랑니를 빼야 하는 사람이 있듯.  의지로써 빼어내   있도록 내어 주는 . 누가, 그리고 누가 말했듯 심장을 뛰게, 그리고 멎게 하는 . 나를 약탈하듯 가져가 버리는 . 돌려달라고 말하려  때는 이미 가져간 사람은 사라지고 없는 .


그것이 나의 소나기, 나의 부서짐, 나의 사랑. 너의 마음에 오던 비가 그치던 . 나의 마음에는 비가 내렸다.

사랑은 구름과도 같이 옮겨오는가, 나에게 왔을  비로소 비를 내리게 하는가. 같은 구름을 바라보려 했지만, 바람은  쪽으로 불지 않는구나. 함께 비를 맞았으면 했으나, 나는 항상 우산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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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아래가 아리다, 미간은 흙을 뿌린 듯하고.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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