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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Sep 09. 2021

얻으려는 그 노력이 장애물이었다는 아이러니.

2020년 1월 2일


수많은 생을 거치며 나는 노력해왔다. 나 자신을 시험하고 몸부림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았다.

이제 나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이해한다. 바로 그 노력이 가로막고 있었다. 얻으려는 그 노력이 장애물이었다.

-osho



나의 감정은 향기처럼 퍼지고, 악취처럼 코를 찌른다. 향긋하고, 불쾌하게. 정말 철저히 가둬두지 않으면 질려버릴 거야. 하지만 이 세상에 그걸 가둘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말처럼, 그 누구도 올라타 본 적 없기에 고고하기만 한 그 등은 나에게는 너무나 높고, 결코 닿을 수 없는 안장.


마음의 소용돌이가 점점 커져 나의 주변까지 모조리 집어삼키려 할 때. 이불을 꼭 덮고 돌아누워 앓았다. 내 삶에서 비염, 식도염이란 같이 언젠가부터 낫지 않는 알 수 없는 열병같이 지속되는 미열.


불 안에서 기다리는 것들. 내가 못 마시는, 안 마시는 술처럼 취기를 맞이하기도 전에 다 게워내는 나의 모습. 애초에 이미 전부 타 죽어있었다.


내가 교만한 탓으로, 어릴 적 강하게 정해둔 누구의 존재감도 삶에 쉽게 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나에게 믿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아주 뾰족한 돌부리가 되었다. 넘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즉시 내 머리가 깨진다.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들은 순으로 정렬해보니 언제 즐겨 들었는지도 모르는 노래가 상단으로 떠올랐다. 아, 당시의 나는 무조건 그 노래부터 재생하곤 했지. 결국엔 또 듣게 되는 또 듣는 노래. 몇 곡쯤 듣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삶의 백색소음도 항상 비슷한 것을 고르게 된다.


멍이 든 기분이 든다. 왜 너희는 같은 곳을 밀쳐내고 떠나는지 의문이다. 아니면 유효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내가 드러낸 곳이 일정한 탓인가.


정말 짜증이 난다. 신물이 나고 진절머리가 난다. 지긋지긋한 이 불안함은 나의 삶에서 당최 떨어져 나가지를 않는다. 이럴 때면 항상 내 그릇의 협소함을 나무란다. 빠져버린 바퀴는 내가 밀어 넣은 진창 속에서 들썩댄다. 밀어 빠뜨린 건 나였지만 당겨 꺼내올 힘은 나에겐 없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되었으나, 간절히 원했던 것들을 잃었다. 거울을 보면 어떤지? 불안함에 눈 밑이 검게 그늘진 남자가 서 있네.


참 미련하다. 요령도 없을뿐더러 그 형태가 심히 메스껍다. 개가 자기 꼬리를 쫓는 꼴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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