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9일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했다, 언젠가부터 쭉.
모두가 알다시피 달이 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자기 파괴적이던 한 달, 얼마나 갈지 몰랐지만. 다행스럽게, 그리고 많은 통증과 단어를 주위에 흩뿌리고 정지.
추락은 멈췄다. 어디의 나무에 걸려서. 어김없이 낙하산은 펴지지 않았다.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꼴이 되었다.
기대와 결과와는 다르게 나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안쪽에서부터 부서지던 몸뚱이가 바깥에서도 망가지기 직전이었음을 의미했다.
'왜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걸까. 왜 남은 생을 잠 속에 파묻힐 수 없는 걸까. 왜 나를 살아있는 시체마냥 살게 하는 걸까.' 하며 2월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지난 2017년처럼. 내가 소중한 것들을 으레 대하듯 상자 속으로 숨어 보이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불타고 또 불타 새까맣고 새까맣게 탄 재를 후, 하고 불었다.
우울은 여행과 같아서 비행기를 태워 보내듯이 나를 어디론가 보낸다. 이번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대강 다 보았다. 감동하지 않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조로 작용했던 내 안의 무미. 먼저 신고 나가고, 집에 돌아와서 언제나 먼저 벗는 왼쪽 신발. 외출의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
한 방울씩 떨어져 크고 깊은 욕조를 가득 채우네. 이제 막아뒀던 하수구의 고무마개를 빼어낼 시간. 모조리 빠져나가고, 마개를 다시 닫았다. 별안간 욕조에 또다시 가득 찰 테지만, 전과 같은 온도로 채우진 못할 거야. 의심 없이.
싫은 것은 싫은 것,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본래도 고왔던 이성의 채반, 더욱 촘촘해져 간다. 이성과 감성의 벽을 허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 얼음과 불, 함께 있을 때 절대 용도를 잃는 것. 착한 척하던 사람들에게서 새어 나오던 무용한 말과 손짓. 의미 없는 중도. 회색인 너희.
보상 중추가 고장 나 도파민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했다. 원했던 것들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던 것들은 원대한 것이 아닌 그저 작은 조각, 단어 하나쯤이었기 때문에 쉬이 닳고 쉬이 다시 채워져 충족됐다. 일희일비, 언제나 목마르고 배고픈 아이처럼 굴게 한다.
언총에 묻어둔 것들을 파내어 꺼내 다시 연마했다. 말 무덤에서 쌓인 먼지를 턴 후에 무용함을 벼려내어 그 첨단이 누군가를 찔러 꼭 고꾸라뜨렸으면 해서.
이전에 무용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마음껏 하고 나서야 지하를. 나의 침대 밑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를 미끄러뜨려 몰아세운 것들에게서 이름 없던 것들이 찾아와 손 내밀어 건져내 준 것이다.
나의 달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 낸다. 전에는 바짓단이 젖는 걸 염려하던 내가 이제는 옷이 축축해지는 것은 개의치 않는 기나긴 투쟁을 맞닥뜨렸다. 갈아입을 옷가지도 해변의 모래사장에 내팽개쳐둔 채로.
너의 해를 훔치려고 했던 것, 나의 달을 비춰 빛나게 하고픈 욕망에 매번 사로잡혔다. 여러 개의 해가 떴던 나의 하늘, 해를 모두 떨어뜨리고, 그들이 모두 지고 난 후에도 나의 달이 빛나기를,
하지만 모두가 익히 알다시피 달이 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