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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Nov 19. 2021

오늘 사진 속 그림은 제가 그렸어요.

2020년 4월 27일

부쩍 인간의 카테고리에 대하여 자주 이야기한다. 건방진 일이 아닐  없다. 하지만 이제는 표본으로 삼을만한 경험이  모였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 분류해본다. 정해놓은 지표는, ,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탐미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 앞에 놓인 독약을 스스로 집어 든 후 들이킬 수밖에 없다. 줄리엣이 그랬듯이. 비극의 주인공이 맞이하는 마지막 시선에는 그들이 최고로 하는 가치가 함께 했으리라. 이들이 왜 고통받냐고 묻는다면,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거거든. 필연적으로 너희는 말미에 자멸 이외의 선택지는 받지 못할 거야. 당장 불길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데일 피부가 대수인가, 하며 그 녹아 붙어버릴 손가락에 잡힐 것에 기뻐하려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면 나조차도 머리가 복잡하다.


머리를 홱, 하고 돌린 순간 목 뒤로 늘어져 있던 머리가 찰랑이며 얄궂게 어깨를 타고 스르륵, 넘어간다.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이며 흔들리는 커튼처럼 제멋대로 날린다. 얄미운 기억 속 실타래의 색은 종종 다르다. 바라보는 눈의 흰자위가 넓고 곧아 새삼스레 놀란다. 흠칫하는 나를 놀리듯이 눈꺼풀이 만드는 반달과 함께 반짝이는 유리공이 제멋대로 움직여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흑갈색 검은자위와 불쑥 나를 향해서 다가올 때, 광대 쪽 뺨이 발그스레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배시시, 붉게 물든 길 끝의 입꼬리가 슬며시 히죽댄다. 시답잖은 장난을 대롱대롱 달고 있던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기에, 비웃는 모양인가? 싶어 곁눈질로 살피었을 때 보이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 그래서 항상 마음은 강하게 진동한다. 눈과 입가의 미소는 인장처럼 짙게 남는다.


이렇게 한번 더. 내가 중히 여길 정도의 위인이 아닌 이들을 떨리는 눈동자로 보았던 기억과 대조하고, 되새김질해보며 재고하여 확정한다. 매일 습관처럼 너의 소식을 직접 손을 뻗어 확인하는 일은 닦아보면 사랑이 아닌 책임이 묻어버린 일이다. 오지랖도 정도껏 부리라고 스스로에게 일갈하지만 뭐, 소소한 일탈같이 느껴져서 딱 그 수치 정도의 해방감에 만족하기로 타협한다. 나타난 벼룩을 즉각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후에 초가삼간을 다 태우긴 싫으니까.


사랑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하던가, 초행인 사람에겐 아파 며칠을 앓게 눕게 할, 가보았던 사람에게도 떨떠름한 휴일을 강제하는 가시덤불과 돌부리의 길. 나의 우정 또한 종종 길의 뒤편에 놓여 있기도 했다. 가시의 따가움과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까져버린 무릎의 상처에 익숙해질 때 즈음. 눈치라는 것은 때로는 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때로는 침묵이 공석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털어내고 먼저 일어서는 것을 의미했다. 비탈길을 벗어날 때까지만 서로 손을 잡고 가기로 했다.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관람하는 일은 스스로 즐길만한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행동불능의 상태에 놓일 나의 모습에 호기심을 보이고 언젠가 목도하기를 내심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간혹 나는 그들의 요청을 건성으로, 그리고 가짜 위에 탈을 씌워 보내곤 한다. 보내온 기대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구석에 처박을 순 없어서 그래 왔지만 의태를 일삼는 것이 삶의 태도로 변한 것인지,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힌 것인지. 흘러넘쳐 이미 발 밑을 태우고 있는 마그마와 같은 사랑에 결코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 나를 알고 있는 그들은 언젠가 자신들의 기대감을 부응 받음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여전히 기약을 걸고 있다.


아름다움은 왜 항상 이리도 지독하고 악독할까. 왜 주위 사람들까지 절벽 끝으로 모조리 내몰고 뛰어내리기를 종용할까.

그 이유는 너무 단순하고 순수해서 나무랄 수 없다. 갓 태어난 아기가 젖을 원한다고 그 아기를 단죄할 수 있겠는가. 망설이다가 등 떠밀려 추락 할바에는 스스로 뛰어내리길 선택하는 것이 훨씬 명예롭다. 왜냐면, 왜냐면. 아름다우니까. 빠져 죽으면 그만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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