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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May 27. 2021

박살난 머리가 무색하게 절절한 마음 속 애상

2018년 3월 14일


내가 겪었던 감정들에 스스로 너무나 실망했기에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진짜  모습을 보는  너무 무서워서. 그걸 드러내 보이게  상황과 네가 두려웠고  앞에 나는 초라했기에,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무력함이 나를 덮쳤고 내가   있는 것들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았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은 정말 남루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상대방 앞에 나아갔다. 결점들을 모두 내보이며, 이제는  모습들이 미움으로 너와 나에게 기억되어 있겠지. 미움이  커서 이제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솔직히  닿지 않는다.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절대 닿을  없는 상대방에게 또한 그럴 것이다.


끝난 연애를 싸구려 감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이런 평가조차 안쓰럽다. 학교에서 남는 시간에 보여준 영화의 감상문처럼 그저 떠오른 감상을 끄적이고 잊어버리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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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마치고 나온 집 안에 두고 나온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


돌아보면 황홀하고 정신없던 스무 살을 보낸 후로 내가 겪은 것은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들 뿐이었다. 그 과정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작은 빛은 너무나 밝게 빛났다. 그 빛에 비친 나는 줄곧 어른스러운 줄 알았지만 정작 어린애였고 그 모습에 실망했다. 실망하는 상대에게 이해심을 기대했던 나 또한 실망했고 실망한 상대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나에게 한번 더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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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그리고  실망.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해를 하고   낮아진 기대감과 높아진 이해심 속에서 언젠가는 끝날  알고도 하게 되는 연산 끝에 결국 헤어지는 결말뿐인 걸까.  쳇바퀴 같은 반복들이 지치게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반복들, 다르게 말하면 나를 지치게 했던 것은 결국 성숙하지 못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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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렇게 이야기를 해봐도 답을 알려준 어려운 수학 문제처럼 주어진 답만을 알뿐 그 과정을 이해하기는 턱없이 모자란 상태에 놓여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알았으면서 왜 그랬을까. 이제는 후회가 아닌 의문이 나를 감싼다. 어리석은 과거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나를 비웃지만 다를 바 없는 현재의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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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 나의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다 이내 사라지는 새벽녘의 별처럼 들었던  생각은 결국 사라졌고. 그럼 진작에 그렇게 하지 그랬어.라는 상대의 말은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라 눈가를 따끔거리게 한다. 결국 내가 느끼던 솔직함과 당당함은 나를 치장하고 방어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것들을 걷어낸 후에 남은 나는 정말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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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내 마음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험해본 세상이 너무나 좁아서 너를 이해할 수 없었구나. 또한 용서를 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도 두 사람이었다.


그때의 너와, 지금의 나. 너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음에도 사랑받았던 시간들이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 속에 나에게 슬픔으로 녹아들어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구나. 고양이를 좋아하던 누군가를 동경하던 감정은 보잘것없는 나를 좋아해 줌에 감사함을 느끼던 것인걸 알았음에도 이제야 . 너의 잘못들은 모두 순수함과 알지 못함에서 오는 것인데 너를 너무나 몰아세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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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꼭 지난 후에 알아차릴까.

렌즈를 낀 날 인공눈물을 챙기지 않아 하루 종일 눈이 뻑뻑했다.

입술이 튼 것을 잊고 립밤을 챙기지 않아서 입술은 찢어졌고,

비가 온다는 걸 알았음에도 우산을 두고 나오는 그런 일들.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크고 작은 실수들로 이루어진 것 일지도 모른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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