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9일
'멀리서 향만 맡으면 진짜 너무 맛있겠고 먹고 싶고 그런데, 막상 사서 먹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맛있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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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나친 문장, 맞다. 내가 만난 모든 것은 그랬었지. 알고 보니, 알았다는 것만으로 인식이 달라진다. 알고 보니 그랬다.라는 말에 긍정적 뉘앙스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우세한 것도 그런 연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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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옷걸이에 걸어둔다. 땀이 잘 나지 않고 체취가 심하지 않은, 그리고 물건을 깨끗하게 다루고 잘 망가뜨리지 않는 체질과 성향은 일상적인 일에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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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새 옷이네. 알고 보니 산지 몇 년 된 거야. 뜻이, 녹아있는 감정의 뉘앙스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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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연비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일의 능률이 아닌 개개인적 인간성의 연비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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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당 킬로 수를 연비라고 한다. 사람들은 연비가 좋은 차를 선호한다. 자동차의 본래 목적은 인간을 목적지까지 빠르게 데려다주는 것. 부가적으로 안전과 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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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발생하는 목적을 가진 이해를 득실을 판단해 빠르게 처리하는 것, 비탈면을 먼저 알아채고 돌부리 없는 길로 안내하는 선견. 그런 요소들을 아울러 인간성의 연비라고 부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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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젓가락이 머뭇거리고 움직이던 턱이 천천히 멈추면 끝났다고 대강 알아차리는데 도통 보통의 욕망은 그걸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가 명시한 끝장을 봐야만 그 소유 행위가 멈추는 일을 많이 겪었기에 나는 알아서 그 정지가 이루어질 것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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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과거의 본인을 치유하며 산다. 너무나 바랐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갖지 못했던 것, 곁에 그 아름다움을 두고 싶었으나 자신의 초라함에 잃었던 사랑과 닮은 이의 이미지를 투영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얼마나 많은 어른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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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현신해 대중문화를 살펴본다면 굉장히 기뻐할 것이다. 미숙한 시절이 삶의 크기를 지배하는 새장으로 작용한다는 것에, 자기 결정권이라는 단어가 일상의 소지품이 되기 전의 미완이 더 삶의 저울에 있어서는 무게감을 가진다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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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그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 그것은 업적이나 대업의 일부가 된다. 도덕성은 목적성의 파도 앞에서는 그저 모래 위 글씨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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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니 너무나도 일관 없는 나의 산문. 델리만쥬, 연비, 파도까지 사뭇 우습다. 내 생각이 무뎌져서 내 삶조차 관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