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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Dec 14. 2021

연애는 약간 델리만쥬 같다.

2020년 7월 19일

'멀리서 향만 맡으면 진짜 너무 맛있겠고 먹고 싶고 그런데, 막상 사서 먹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맛있지는 않음.'

문득 지나친 문장, 맞다. 내가 만난 모든 것은 그랬었지. 알고 보니, 알았다는 것만으로 인식이 달라진다. 알고 보니 그랬다.라는 말에 긍정적 뉘앙스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우세한 것도 그런 연유겠지.

대부분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옷걸이에 걸어둔다. 땀이 잘 나지 않고 체취가 심하지 않은, 그리고 물건을 깨끗하게 다루고 잘 망가뜨리지 않는 체질과 성향은 일상적인 일에 영향을 주었다.

알고 보니 새 옷이네. 알고 보니 산지 몇 년 된 거야. 뜻이, 녹아있는 감정의 뉘앙스가 다르다.

인간도 연비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일의 능률이 아닌 개개인적 인간성의 연비에 따라서.

연료 당 킬로 수를 연비라고 한다. 사람들은 연비가 좋은 차를 선호한다. 자동차의 본래 목적은 인간을 목적지까지 빠르게 데려다주는 것. 부가적으로 안전과 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목적을 가진 이해를 득실을 판단해 빠르게 처리하는 것, 비탈면을 먼저 알아채고 돌부리 없는 길로 안내하는 선견. 그런 요소들을 아울러 인간성의 연비라고 부르면 될까,

식사는 젓가락이 머뭇거리고 움직이던 턱이 천천히 멈추면 끝났다고 대강 알아차리는데 도통 보통의 욕망은 그걸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가 명시한 끝장을 봐야만 그 소유 행위가 멈추는 일을 많이 겪었기에 나는 알아서 그 정지가 이루어질 것임을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과거의 본인을 치유하며 산다. 너무나 바랐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갖지 못했던 것, 곁에 그 아름다움을 두고 싶었으나 자신의 초라함에 잃었던 사랑과 닮은 이의 이미지를 투영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얼마나 많은 어른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프로이트가 현신해 대중문화를 살펴본다면 굉장히 기뻐할 것이다. 미숙한 시절이 삶의 크기를 지배하는 새장으로 작용한다는 것에, 자기 결정권이라는 단어가 일상의 소지품이 되기 전의 미완이 더 삶의 저울에 있어서는 무게감을 가진다는 것에.

한 명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그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 그것은 업적이나 대업의 일부가 된다. 도덕성은 목적성의 파도 앞에서는 그저 모래 위 글씨와 같다.

쓰고 나니 너무나도 일관 없는 나의 산문. 델리만쥬, 연비, 파도까지 사뭇 우습다. 내 생각이 무뎌져서 내 삶조차 관통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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