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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Dec 21. 2021

인스타그램 속 세상에는 불행이 없다.

2020년 8월 8일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없다는 걸 잊어먹으면 돼.

얼핏 보면 궤변처럼 느껴지는 이 말이 나에게는 크나큰 신선한 충격이었다. 없는 것을 잊다니. 존재에 대한 부정이자 스스로에게 부지불식을 선물하는 주문. 간절히 바라던 깨우침이 찾아온 느낌.

내가 앉은 보트의 가장자리잠시나마 편안한 곳이었다. 단지 편안하면  .  자그마한 조각배, 우리를 태운 구명보트가 언제 뒤집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잊어먹으면.

딴에는 고심해 선별하고 선별해 골라낸 상호들. 소중하지만 재고해야함을 느낀다. 그들을 절하하거나 매도하려하지 않으려면 이 방을 나가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수 밖에. 말했듯, 이어져 있으나 닿아있지 않으니까.

어리석지만 편안한 그것을 어떻게 규격화   있냐는 생각이 스친다. 하루라도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다면  하루를 어떻게든 갚아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것은 알맞게 적재하고 줄을 맞추어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 고이 모시는 것이 나의 성격인걸. 독립적이고 강력한 자의식을 가진 이들을 좋아하지만   안에는  이외의 송곳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내뱉는 사람들을 경계해야했다. 스스로는 1등시민이고 자신이 선민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쳐다보지 말아야 했다. 정말 많다. 본인이 2등시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사슬은 무거울수록 멋진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런 이들에게도 팔리는 일시적 안녕감. 오로지 자신을 위하세요, 일단 자신을 위로해주세요. 먼저 자신을 사랑하세요. 진부해서 짜증나는 숱한 글들. 무분별한 싸구려 위안을 뿌리는 사짜들이 싫다. 위선자들 같으니라고. 그런 허술한 말에 위로받는 사슬달린 이들에 마음 아프지만 대충은 그럴싸하다고 생각하게된 최근의 스스로는 여전히 밉다.

나약해졌다는 것에 대한 반증을 쓰레기를 쓸다가 발견하다니. 이를 갈며 기어오르고 치를 떨며 노력한 시간을 여유없고 바보같은 일로 치부하다니. 뼈를 갈아본적 없는 너희가.

창의적인 활동, 꼭 저술이 아니더라도 독창적인 피조물은 자의가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격리나 감금 상태에서 탄생을 경험한다. 그래서 나의 일부분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했고 얼마간의 노력 후에 스스로 고독한 노력을 효과적인 격리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속 세상에는 불행이 없다. 이 시대를 들여다보는 창문과도 같지 않은가. 행복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린 나와 같이. 불행의 존재를 잊은 이들. 그들과 함께하면 진심이 언제나 걸레짝처럼 다루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세상에게 진심을 다하면, 잊어먹게된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행주였다는 것을. 속한 이상 누구도 자신의 얼굴을 닦을 깨끗한 수건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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