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일
일 년이 돌아 생일이 있는 달이 또 찾아왔다. 작년에 있던 생각, 얼굴 그리고 사람들 어느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이 없다.
애초에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없으니 자리를 지킬 거라고 생각했던 이가 자리를 떠도 다시 누군가 와 그 자리를 꿰차도 즐겁거나 아쉬울 것도 없다.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란다. 날아와 덮인 모래가 흩어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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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대, 그러면 수인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 아닐까?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이 생각들도 몸속에 있는 물이 하는 걸 지도 모르니까. 문과의 상상력이 대단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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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게 없었다. 일본 여행을 가니 대부분의 식당에서 얼음물을 서빙해주어서 좋았었고, 딱히 즐겨마시는 음료가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얼음물은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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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온도의 차이일까 하면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냥, 얼음이 녹아 없어지기 전이라면 물이 쭉 시원한 것이 좋기도 신기하기도 하니까. 그저 차갑다는 사실이 전부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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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격렬한 사랑조차도 만드는 것이다.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믿음에는 믿으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부정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믿음의 반발력. 아니라고 믿으려 하면 그것은 마음속에서는 반대의 믿음으로 굳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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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맛도 향도 없는 물을 좋아하는 것은 기억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초록빛 기억이나 새벽에 짤그랑대며 금속제 텀블러에 담기던 얼음의.
멈춰 있는 시간을 얼어붙은 것의 요란한 소음으로 깨어 이겨낸 후 간신히 움직이려고 했던 시간들이 나를 강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반동은 이윽고 나를 펑펑 울게 했다. 몸속을 누비는 냉기보다 불타는 생각과 마음속 염증은 강한 것이었다! 눅눅해진 과자처럼 모습은 유지한 채로 기능을 상실할 것만 같아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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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혹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너무 좁아서 짜증 난다.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너와 나. 생일이 왜 특별한 날인지 알려주지 말지. 추울까 걱정해 집 앞으로 그 옷을 챙겨 나오지 말지. 집에 가는 버스에서 고개를 휘청대며 잠들지 말지. 뭔가를 믿게 했던 일들이 남긴 작은 조약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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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하면 이윽고 안 쪽의 물이 넘실거린다. 파문을 일으키며 잔잔하게 흔들린다. 조약돌은 흔해, 얼음을 던져 넣어주는 사람. 꽝꽝 얼게 될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