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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헌 Dec 28. 2021

믿음은 격렬한 사랑조차도 만드는 것이다.

2020년 10월 1일

일 년이 돌아 생일이 있는 달이 또 찾아왔다. 작년에 있던 생각, 얼굴 그리고 사람들 어느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이 없다.


애초에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없으니 자리를 지킬 거라고 생각했던 이가 자리를 떠도 다시 누군가 와 그 자리를 꿰차도 즐겁거나 아쉬울 것도 없다.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란다. 날아와 덮인 모래가 흩어지지 않게.

인간의 몸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대, 그러면 수인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 아닐까?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들도 몸속에 있는 물이 하는 걸 지도 모르니까. 문과의 상상력이 대단하긴 하다.

얼음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별게 없었다. 일본 여행을 가니 대부분의 식당에서 얼음물을 서빙해주어서 좋았었고, 딱히 즐겨마시는 음료가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얼음물은 좋은 친구.

단지 온도의 차이일까 하면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냥, 얼음이 녹아 없어지기 전이라면 물이 쭉 시원한 것이 좋기도 신기하기도 하니까. 그저 차갑다는 사실이 전부인데도.

믿음은 격렬한 사랑조차도 만드는 것이다.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믿음에는 믿으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부정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믿음의 반발력. 아니라고 믿으려 하면 그것은 마음속에서는 반대의 믿음으로 굳게 잠긴다.

아무런 맛도 향도 없는 물을 좋아하는 것은 기억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초록빛 기억이나 새벽에 짤그랑대며 금속제 텀블러에 담기던 얼음의.


멈춰 있는 시간을 얼어붙은 것의 요란한 소음으로 깨어 이겨낸 후 간신히 움직이려고 했던 시간들이 나를 강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반동은 이윽고 나를 펑펑 울게 했다. 몸속을 누비는 냉기보다 불타는 생각과 마음속 염증은 강한 것이었다! 눅눅해진 과자처럼 모습은 유지한 채로 기능을 상실할 것만 같아 두려웠다.

세상이, 혹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너무 좁아서 짜증 난다.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너와 나. 생일이 왜 특별한 날인지 알려주지 말지. 추울까 걱정해 집 앞으로 그 옷을 챙겨 나오지 말지. 집에 가는 버스에서 고개를 휘청대며 잠들지 말지. 뭔가를 믿게 했던 일들이 남긴 작은 조약돌들.

, 하면 이윽고  쪽의 물이 넘실거린다. 파문을 으키며 잔잔하게 흔들린다. 조약돌은 흔해, 얼음을 던져 넣어주는 사람. 꽝꽝 얼게  미래를 엿볼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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