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풀자, 흐름이 시작됐다

by 이보미

처음엔 리본에 매듭을 그렸다.

그런데 그건 장식처럼 보였다.


나는 그 매듭을 풀고 싶었다.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흘러가는 느낌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듭을 없앴다.

남은 건 단순한 곡선, 그리고 흐름.


정교한 자수는 아니었다.

얇은 기계 자수처럼 매끈하지도 않았다.


굵은 실을 쓰고 있었고,

공업용 재봉틀이 허락하는 만큼만 움직일 수 있었다.

빠르게 돌릴 수도 없고, 복잡한 무늬를 만들 수도 없다.


그 제약 속에서 이 리본이 탄생했다.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느리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자유로움과 개성이 느껴졌다.


작은 모티브지만, 묶이지 않은 흐름이 남아

내게 위로가 되었다.


완벽을 좇지 않아도,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여전히 실험 중이다.

동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들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자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염색도 함께 시도해본다.


학창시절엔 그 결과가

온통 우연처럼 보였는데,

다시 시작해보니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연과 의도 그 중간쯤이랄까.


그렇게 완성된 가방은

예상치 못한 결이나 흔적을 남기지만,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결과물이 아닐까.


내가 하는 모든 시도는 결국,

우연을 흘려보내

그 흐름 속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아직은 실험 중이지만,

어쩌면 그 미완의 흐름이야말로

내가 브랜드를 이어가게 만드는 이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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