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의 무게

by 이보미

어제는 집에 돌아와

며칠 만에 내 침대에 누웠다.


잠시 내 자리를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와 눕는 순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낯설 만큼 크게 느껴졌다.


침대가 편해서가 아니라

그 위에 '아무 문제 없이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는 보통

편안함을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숨 쉬는 것,

밥 먹는 것,

잠드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기본이 흔들리고 나면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꽤 정교하게 유지되고 있었다는 걸.


아무 일 없이

밥을 먹고,

아무 문제 없이

잠자리에 드는 하루.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니라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멈춰서 생각한다.


지금 이 상태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그 생각을 하면

조금 느려지고,

조금 덜 불안해지고,

조금 더 충분해진다.


삶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해야 할 일도 있고

생각도 많고

마음이 흔들리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중심이 예전보다 덜 흔들린다.


아마도

무언가를 더 가져서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무게를

조금 더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특별한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보려 한다.


아무 일 없는 하루는

아무것도 없는 날이 아니라

아주 많은 것이 잘 유지된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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