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고양이 (24편)

50년 만에 화가의 꿈을 이룬 나의 미술, 음악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by 김경미

제7화 : 옥동자를 출산한 고양이


어느 날 보리가 침대 밑에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물을 쏟아 놓았다. 하루 종일 몇 차례나 계속 심하게 먹은 것을 토해 냈다.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계속 닦아 내기 때문에 입을 통해 들어간 털을 수시로 토해내야 한다. 때문에 고양이에게 있어 토하는 행위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토하는 양이 많고 지속될 때는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 길로 보리를 데리고 야간 응급실을 갔더니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겠다며 조금 두고 보자는 진단이 나왔다.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보리와 이튿날 다시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보니 그제야 위장에 있는 무엇인지 모를 물체가 감지되었다. 원장 선생님은 보리가 이물질을 삼킨 것 같으니 며칠 두고 보자 하셨다. 대변을 통해 나오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제발 변을 통해 이물질이 밖으로 나와 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매일 두 고양이가 생산해 내는 냄새나는 대변을 비닐장갑 낀 손으로 주무르며 이물질이 나왔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그로부터 삼사일이 지났을까 드디어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야위어진 보리의 엉덩이에서 무엇인가 꼬투리가 삐죽 빠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그대로 잡아당기려 했더니 딸이 말렸다. 자칫 장까지 얽혀 나올 수도 있다 하여 주의하며 가위로 잘라내고 하루를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지난밤 생산해 낸 고양이들의 대변을 확인하다가 우리 가족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리의 변에서 둥글게 얽혀 있는 시커먼 뭉치가 발견된 것이었다. 변이 묻어 있는 비닐장갑을 낀 채로 뭉치를 잡아당겨 보니 어이없게도 무려 80cm가량 되는 장난감 끈이었다. 도대체 저 기다란 노끈을 어떻게 삼켰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고양이 혀에는 목 쪽 방향으로 까칠한 돌기가 솟아 있어 입에서 어떤 물질을 뱉어 내려하면 할수록 오히려 의지와는 반대로 목으로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보리가 저 끈 뭉치를 몸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얼마나 용을 썼을지 우리는 마치 보리가 옥동자라도 출산 한양 기뻐했다. 비록 며칠 동안이나 냄새나는 두 녀석의 대변을 주물러야 했지만 배를 가르지 않도록 변을 통해 이물질을 밀어 내보낸 보리가 너무나 신통할 뿐이었다. 기진맥진했던 보리가 다시 왕성한 식욕으로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은 물론이고 우리는 행여 같은 일이 반복될까 집안의 온갖 끈 종류는 모두 처분하거나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었다.


이같이 까칠한 말썽꾼 보리를 야단도 치고 때론 달래고 어르며 대변을 주무르기까지 하는 가운데 보리는 서서히 우리 가족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멀리 던진 장난감 공을 입에 물고 집사에게 가져다주는가 하면 은근히 다가와 무릎에 올라앉기도 하는 등 거리낌 없는 애정표현으로 우리 가족 모두를 기쁘게 하는 고양이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리 보리가 달라졌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보리가 다가와 집사의 무릎에 살포시 앉아 그릉그릉 골골이를 하고 있답니다)




< 제리와 보리의 어느 날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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