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고양이 (6편)

50년 만에 화가의 꿈을 이룬 나의 미술, 음악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

by 김경미

큰 언니가 준 사랑으로 자라다


언니, 오빠 들과의 여러 추억 가운데 큰 언니가 내게 준 사랑은 가장 마음 찡~한 추억이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몸이 좋지 않으셨다고 한다. 때문에 나는 나 보다 열한 살이 많은 큰 언니의 등에 업혀서 자랐는데 큰 언니는 오른손과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한쪽 뇌에 문제가 있어 오른쪽 손과 다리에 뇌성마비 증세가 있는데 언니가 태어난 이듬해 6.25 전쟁이 발발했으니 아마 어떤 좋지 않은 증세가 나타났을 때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처치를 받을 수 없었기에 일부 뇌성마비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우리가 자라던 6-70년대만 해도 그다지 성숙된 사회가 아니었기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장애가 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따로 있지도 않았거니와 학교의 같은 또래나 동네 아이들로부터 언니는 늘 ‘병신’이라는 놀림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곤 했다. 몸에 장애는 있어도 자의식이 강했던 언니는 결국 견디지 못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였다.


학교를 포기한 큰 언니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몸이 좋지 않았던 엄마를 대신해 막내인 나를 도맡아 키웠다는데 나를 등에 업고 동네방네, 들로 산으로 안 가는 곳이 없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는 조금만 산으로 올라가도 계곡물이 흘러넘쳤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곳에서 빨래를 하곤 했는데 언니도 나를 업고 빨래를 한다고 쪼그리고 앉아 몸을 들썩이다 그만 어린 내가 포대기에서 거꾸로 삐져나와 물에 빠진 적도 있다 하니 불편한 몸에도 불구, 어린 나이에 엄마를 대신해 나를 업어 키워준 언니의 희생이 눈물겹다.


언니는 내가 유치원 다닐 무렵 버스 대여섯 정거장 떨어진 피아노 선생님 댁까지 나를 데리고 다니며 피아노를 배우게 하였다. 장애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을 동생들이 잘해주기 바라는 보상심리로 때로는 엄하고 매몰차게 작은언니와 내게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 우리는 그 같은 큰 언니의 감시망을 피해 도망 다닐 궁리만을 하는 등 한 때 우리에게 있어 큰 언니는 사감 선생님 같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큰 언니는 자신이 키우다시피 한 열한 살 차이 나는 막냇동생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신통하게 보였던지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잘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우리 막내는 팔방미인이야,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이라는 말로 항시 나를 칭찬해 주었는데 멋모르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런 칭찬을 듣고 자란 덕에 나는 그 이후 여러 가지 힘겨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나는 무엇이던 잘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이겨 내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큰 언니는 당시 유행하던 세시봉 멤버들과 트윈폴리오의 노래 등 음악을 무척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언니를 따라 연말 특집 가요청백전 공연을 보러 KBS 공개홀에 갔던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심야 음악방송에 심취하고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을 마다하지 않던 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일정 부분 큰 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내게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던 큰 언니는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같은 장애인 형부와 결혼하였으나 아이를 갖지 못하였고 나의 세 아이들을 돌봐 주시던 시어머니께서 건강을 잃으신 후부터 약 5년간을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던 우리 아이들을 돌보아 주기도 했다.


세월은 정말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흘러 큰 이모의 돌봄을 받던 아이들이 벌써 다 자라 직장을 다니고 있고 3년 전 형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큰 언니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갓난아기였던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 셋까지 돌봐 주시던 큰 언니, 긴 세월 동안 장애라는 핸디캡을 안고 남모르게 상처받으며 살아왔을 언니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찡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자식 없이 혼자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는 큰 언니에게 자식과도 같은 동생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리라 혼자 다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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